[미래교육 첫 걸음 '공간혁신']<1> '사용자 참여' 학교가 내 공간으로

'교실을 바꿀 때 학생이 낸 아이디어 중 가장 좋은 안을 고르고 실제 설계에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민주주의 교육이 됐다.' (광주 첨단고)

'학생이 낸 의견을 바탕으로 학교를 바꾸니 학생이 학교에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여주 이포초)

교육 혁신의 첫 걸음으로 공간혁신이 확산되고 있다. 학생·교사·학부모 등 사용자가 참여하고 공간을 바꿔나가는 과정 자체가 교육 역할을 한다. 단순히 공간을 쾌적하게 바꾸는 인테리어 사업을 넘어서는 것이다.

공간은 '내가 사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사회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교육이라면, 공간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활동이 바로 공간 혁신이다.

그동안 공간혁신은 교실이나 학교 시설을 쾌적하고 안전하게 바꾸는 사업 정도로 여겨졌다. 최근 광주·여주 등 지역 교사가 학생과 함께 공간을 바꿔나가면서 공간혁신 자체가 교육이라는 개념이 구체화됐다.

공간혁신은 교육 방식을 혁신하는 틀이 되기도 한다. 주입식에서 벗어나 참여·토론형, 창의적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칠판을 바라보는 천편일률적인 교실 형태도 재구조화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교육 현장의 공간혁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정부 정책도 틀을 잡았다. 전자신문은 교육계에 불고 있는 공간 혁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5회에 걸쳐 짚어본다.

<1>'사용자 참여' 학교가 내 공간으로

공간혁신이 교육 과정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 참여'다. 공간혁신을 이끌어온 교사나 건축가 등이 선도 사례를 통해 얻은 결론이다. 학생·학부모·교사가 계획·설계 과정에서 참여했을 때 이들이 학교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공간도 '주어진 환경'이 될 뿐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공간 혁신은 단순히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이 아니라 실제로 그 공간을 사용하는 학생과 교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반영하고, 또 실제로 결과를 함께 만드는 과정”이라면서 “(공간혁신을)교육과정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교육과정으로서의 공간혁신 사업은 성공사례가 있어 가능했다. 성공사례는 지방자치단체나 지원청의 도움을 바탕으로 교사나 학교가 자생적으로 이뤄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역 교사가 아이디어나 결과물을 공유하면서 성공사례를 확산시켜 특화된 모델을 만들었다.

마지초등학교의 공작소에서 학생들이 쉬는 시간을 활용해 공작활동을 하는 모습. 공작소의 테이블을 비롯해 대부분의 시설은 학생들이 참여해 만들었다. 제공=마지초등학교
마지초등학교의 공작소에서 학생들이 쉬는 시간을 활용해 공작활동을 하는 모습. 공작소의 테이블을 비롯해 대부분의 시설은 학생들이 참여해 만들었다. 제공=마지초등학교
첨단고등학교 학생들이 공간혁신 모형을 만들어 발표하는 모습.
첨단고등학교 학생들이 공간혁신 모형을 만들어 발표하는 모습.

광주형 모델은 광산구청의 지원을 활용해 교사와 학생이 학교 내에 공작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이 직접 공간을 고쳐 나간 모델이다. 마지초등학교, 광산중학교, 첨단고등학교는 학생이 빈 공간을 찾아 아이디어 수집부터 설계, 공간 재구조화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참여한 경우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또 다른 공간을 혁신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다양한 모임의 구심점이 됐다. 학생이 주인 의식을 가진 것은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적성을 찾기도 했다.

여주형 모델은 여주교육지원청이 중심이 됐다. 전체 학생 수 50명도 되지 않은 작은 학교를 살리고 지역 공동체를 살렸다. 이제 마스터플랜 작업을 끝내고 학교마다 설계와 공사를 추진하는 단계다.

각 학교는 작은 학교의 단점을 극복해 통합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꾼다. 학생이 수업 때 곧바로 잔디밭으로 뛰어나갈 수 있도록 마당을 열어주는 형태의 교실도 시도해 볼 계획이다.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반영해 도서관과 급식실을 지역사회에 개방할 예정이다.

김성중 학교공간혁신전문지원기관 센터장은 “학교공간혁신은 학교 사용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학습과 활동, 그리고 쉼을 영위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육과정과 학교운영방법, 그리고 시설환경을 함께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간 혁신 사례 교사 설명회를 가면 기본적으로 예상치 대비 두 배 이상 몰려든다”면서 “교육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그보다 동료 교사가 직접 성과를 거두는 것을 봤기 때문에 열기가 뜨거운 것”이라고 말했다.

공간혁신 사업에서 지역 역할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비롯해 앞으로의 교육은 학교 안의 교육이 아닌 학교 밖 사회와 어우러진 교육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역시 교육의 주체다. 이 때문에 지역과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공간혁신이 성공을 가르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인프라를 활용해 공간 혁신을 위한 학교 인프라를 확충할 수도 있다. 광주의 청소년삶디자인센터는 센터 내에 공작소를 마련해 어느 학교 학생이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공동기획>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전자신문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