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이 모두 조국 장관 임명에 반발하는 가운데 정기국회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물론, 국론분열로 인한 정부 국정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 몰락 경고한 야당
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이 결정되자 제1·2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권이 몰락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장관 해임결의안과 국정조사, 특검까지 예고하며 공세를 높였다.
한국당은 원내·원외·장외 투쟁을 병행한다. 정기국회 보이콧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키로 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의원총회를 마치고 “문재인 정권이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폭거에 대해서 모든 힘을 다 모아서 총력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천막투쟁 등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하겠다고 부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총 후 “해임건의안, 국정조사, 특검 그런 부분은 범야권과 같이 힘을 합쳐가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경고했다. 손학규 대표는 “정권의 위기로 연결될 것”이라고 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와 별도로 국정조사를 통해 문 정권이 땅에 파묻으려 하는 조국 가족 일가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야권 공세에 당장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17∼19일), 국정감사(9월 30일∼10월 19일)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국조와 특검 등을 놓고 대치가 길어지면 연말 예산 처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국민에게 평등한 기회, 공정하고 정의로운 과정과 결과를 약속했다. 부와 권력을 가진 특권층의 부도덕성을 바로잡겠다는 의지에 국민은 환호했다.
'문재인의 남자'로 불린 조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 사이에 비난 여론이 대두됐다. 조 장관과 그 가족의 편법성 행보가 도마에 올랐다. 범여권인 민주평화당과 대안정치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도 조 장관 임명을 반대했다.
고심하던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을 임명하며 내놓은 메시지를 통해 '개혁'에 방점을 뒀다. 공약인 검찰개혁에 더 큰 무게를 뒀다. 일본과의 무역분쟁을 비롯해 남북미 관계 등 대외적으로 국민통합이 중요한 시점에 자칫 국론분열이 우려된다.
◇'검찰' 겨냥한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이 조국 장관을 임명한 것에 대해 “개혁 의지와 전문성을 갖춘 인사”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검찰에 수차례 '경고장'을 날린데 이어 임명 후에도 조 장관을 통한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법무·사법 개혁에 대한 의지와 전문성을 갖춘 조 장관 임명을 환영한다.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이 흔들림 없이 완수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따른 검찰 개혁에 힘을 쏟고 있다. 조 장관 배우자에 대한 기소 등에 대해선 검찰이 '특정한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게 당 지도부 생각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에도 검찰이 '대통령의 시간'에 관여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이상 검찰발(發)로 피의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이 확산하지 않도록 투명하게 자신의 의관을 정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정치 자리가 아니라 검찰 자리로 돌아가고, 장관은 검찰 개혁과 법무행정 전반 개혁을 향해 장관 자리로 위치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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