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개막한다. 올해는 독일 자동차 3사(폭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BMW그룹)가 처음 공개하는 신차 24개 모델 중에 13종이 전기차가 나온다. 지난 2015년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친환경 전동화'를 야심차게 준비해온 폭스바겐 브랜드는 세계 최초로 공개한 신차 3개 모두를 배터리 전기차(BEV)로 공개했다. 폭스바겐그룹은 2028년까지 70종 이상의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역시 이번 모터쇼에서 최초 공개하는 신차 라인업에 전기차를 대거 투입하며 내연기관에서 전동화시대로의 전환을 알렸다. '드라이빙 투머로우(Driving Tomorrow)'라는 주제로 열린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는 토요타·닛산·푸조·볼보·기아차 등이 불참해 흥행이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에도, 독일 3사의 전동화 전략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순수 전기차만 내놓은 폭스바겐
폭스바겐은 10일 언론행사를 앞두고 9일 저녁 ID 패밀리의 첫 양산형 배터리 전기차(BEV)인 'ID.3'을 비롯해 신형 'e-업(e-up!)'과 올드 비틀의 전기차 버전 'e-비틀(e-Beetle)'을 공개했다. 내연기관의 신차는 내놓지도 않았다. 폭스바겐의 첫 전기차 플랫폼인 'MEB(Modular Electric Toolkit)'를 적용한 ID.3는 이미 유럽에서만 사전 계약 수 3만대를 돌파했으며, 본격적인 인도는 2020년 유럽에서 부터다.
이 차는 배터리팩은 보급형인 45㎾h를 포함해 58㎾h, 77㎾h 등 3가지 트림으로 출시된다. 1회 충전 후 주행 가능거리는 WLTP기준으로 330~550㎞에 이른다. 30분 간 급속 충전을 통해 최장 290㎞까지 달릴 수 있다. 뒷바퀴를 굴리는 전기모터의 출력은 최고 204마력이다.
ID.3를 생산하는 츠비카우공장은 내년부터 유럽 최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으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1600대 이상의 생산 로봇을 배치 중이며, 하루 최소 150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목표다.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ID.3는 탄소중립이 실현된 세계 최초의 이산화탄소 중립적인 전기차이면서, 배터리 제조, 차량 생산과 충전에 이르기까지 친환경 에너지가 사용되고, 중고 배터리까지 재사용(Reuse)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2028년까지 모두 70종 이상의 새 전기차 모델을 출시, 모두 220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우디는 이번 모터쇼에서 전기구동 오프로드 차량의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AI:트레일 (AI:TRAIL)' 콘셉트카와 고성능 모델 '뉴 아우디 RS 7 스포트백'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여기에 e-모빌리티와 기존 내연기관 영역의 다양한 신형 모델 라인업을 선보이고 포뮬러E 레이싱카 '아우디 e-트론 FE06'을 처음 선보인다.
◇벤츠·BMW그룹 전동화 모델 8개 첫선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이번 모터쇼에서 8종의 신차 전기차(BEV·PHEV)를 선보인다. 벤츠는 세계 최초로 V클래스 기반의 프리미엄 전기 밴 'EQV'를 공개한다. 시스템 최고출력 200마력으로, 90㎾h급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완충 시 최장 400㎞를 달릴 수 있다. EQV는 트림에 따라 숏과 롱바디로 나오며 화물 운송용 밴으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사전 계약에 들어가고 내년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벤츠는 또 EQC에 이은 두 번째 전기차 EQS도 이번에 신고식을 치른다. 벤츠 전동화 플랫폼 MEA을 기반으로, 쿠페형 세단인 CLS와 닮은 차체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동력계는 EQC에 먼저 얹은 전기모터와 대용량 배터리를 공유한다. 1회 충전 시 최장 500㎞의 주행가능 거리를 확보했다.
여기에 미래 자율주행·안전 신기술을 담은 콘셉트카 'ESF 2019 콘셉트'를 무대에 올린다. 신형 GLE 클래스를 바탕으로 만든 이 차는 PHEV 버전으로 벤츠 연구개발센터 내에서 활용할 콘셉트카다. 완전자율주행 기능에 최적화된 안전 기능을 탑재했고 에어백이 터지는 위치와 범위를 전면 재수정하고 능동형 안전벨트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차에 탑재된 안전 기술은 향후 양산차에 반영할 예정이다.
BMW는 고성능 브랜드 'M'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전동화 콘셉트카도 처음 공개한다. '비전 M넥스트 콘셉트'로 명명한 이 차는 4기통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한 PHEV다. 시스템 최고출력 600마력을 발휘하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3초 안에 끝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300㎞에서 제한한다. 외관은 버터블라이 도어를 비롯해 BMW i8과 유사한 디자인 형태를 보여주며 실내는 운전자 중심 디지털 인터페이스가 핵심이다.
미니(MINI)는 순수 전기차인 일렉트릭을 선보인다. 동력계는 BMW i3 S에서 사용하던 135㎾급 전기모터가 들어간다. 최고출력은 180마력 수준이며 1회 충전 시 최장 320㎞를 움직일 수 있다. 파워트레인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구성은 미니 쿠퍼와 같다. 앞바퀴 전용 플랫폼인 'UKL1'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비롯해 실내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엔진이 사라지고 배터리 팩을 바닥에 평평하게 넣은 만큼 무게 배분과 하체 세팅에 있어서는 일반 쿠퍼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생산은 11월 영국 남부에 위치한 옥스포드 공장에서 만들며 가격은 미정이다.
프랑크푸르트(독일)=
【표】폭스바겐·벤츠·BMW그룹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전기차 출품 현황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