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연구개발(R&D) 현장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는 경제 강국을 위한 전략 과제이자 한·일 관계 차원을 뛰어넘어 한국 경제 100년의 기틀을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소속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가동하고 향후 3년 동안 5조원을 투자하는 등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 소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근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의 자립화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국무회의는 이례로 KIST에서 현장회의로 열렸다.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청와대가 아닌 외부에서 연 것은 지난 2월 임시정부 100주년을 앞두고 가진 백범김구기념관 회의에 이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이 전날 임명을 재가한 조국 법무부 장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6명의 신임 장관급 인사들이 처음 참석하는 국무회의로도 주목받았다.
문 대통령은 '과학기술의 산실' KIST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배경에 대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를 만들겠다는 비상한 각오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면서 “철강·조선·반도체·자동차 등 한강의 기적을 이끈 우리 산업의 청사진이 이곳에서 마련됐고, 지금은 세계를 이끌어 가는 원천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 순방 직후 가진 첫 외부 일정으로 과학기술 R&D 현장을 방문, 일본의 경제 보복 극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 자립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키우는 것은 곧 중소·중견기업을 키우는 것이고 대·중소기업과 협력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이는 장기간 누적돼 온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만드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한-일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을 극복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불확실성 확대, 나아가 국제 분업 구조 변화까지도 대비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해 기술력 강화와 공급 안정성 확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과감한 지원을 약속하며 '긴 호흡의 투자와 R&D' 필요성도 역설했다.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소재·부품·장비 자립화 예산을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대폭 확대하고, 향후 3년 동안 5조원을 집중 투자한다. 이와 함께 △기업 간 협력 관계 구축 △실증 양산 테스트베드 확충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위원회 가동 등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을 의결했다. 규정안에 따르면 위원회는 위원장 1명(기획재정부 장관), 부위원장 1명(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포함해 30명 안팎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