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액화천연가스(LNG) 개별요금제' 세부 규정과 도입 시기 등을 전면 재검토한다.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발전사들이 집단 행동까지 나서면서 10일부터 제도를 시행하려던 기존 계획을 철회했다. 이와 함께 LNG 개별요금제를 도입하면 발전사의 영업이익이 연간 1600억원 이상 증발할 수 있다는 전력거래소 검토 결과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0일 “LNG 개별요금제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세부 규정 등을 재검토하기로 했다”면서 “제도가 언제 시행될 수 있을지 현재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개별요금제는 LNG를 직수입하는 발전사가 점차 증가하면서 가스공사와 개별요금으로 계약할 수 있도록 개선한 제도다. 기존에는 가스공사가 정한 평균가격으로 모든 발전사가 LNG를 공급받던 방식과 대조된다. 가스공사는 지난달 8일 개별요금제 세부 내용을 구체화한 천연가스 공급규정 개정을 예고했으며, 이달 6일 이사회에서 최종 의결했다. 이에 정부는 9일 승인해서 10일부터 정식 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가스공사와 가격 협상력이 있는 개별요금제 적용 대상이 2022년 이후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발전소와 기존 계약이 만료된 발전소로 한정되면서 계약 기간이 아직 10~17년 남은 발전사들이 잇달아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전력공사 발전자회사(GENCO)를 비롯해 민간발전협회, 집단에너지협회는 가스공사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형평성이 어긋난 부분을 보완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제도 시행이 잠정 연기된 것이다.
논란에 불을 지핀 건 전력거래소의 LNG 개별요금제 시뮬레이션 결과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전력거래소의 '가스공사 개별요금제 도입에 따른 전력시장 영향 검토결과'에 따르면 LNG 개별요금제가 도입되면 발전자회사와 민간발전사 영업이익은 기존보다 연간 1652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가스공사와 LNG 평균요금제 장기 계약을 체결한 발전자회사와 민간발전사는 연간 영업이익이 각각 298억원, 1354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별요금제를 도입한 발전자회사와 민간발전사는 연간 영업이익이 각각 633억원, 168억원 증가할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전력거래소는 4월 17일 산업부·민간발전사 관계자들이 모인 비공개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회의 직후 해당 자료를 다시 회수해 갔다는 게 민간발전사의 설명이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개별요금제 연내 도입 목표를 담고 있던 정부도 발전소 영업이익 감소 요인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개별요금제 도입과 상관없이 직수입으로 전환되는 시장 상황에서 잔존 발전소 영업이익 감소 요인은 동일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개별요금제 도입으로 인한 피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LNG 시장이 가스공사 계약 만료 이후 직수입 체제로 옮겨지고 있다는 대전제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발전사들이 제기하는 갖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제도에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