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소프트웨어(SW) 프리랜서 개발자가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 '제값 받기'와 최소한 사회 보장 등이 동반돼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SW프리랜서 개발자를 위한 정책 제언' 보고서에서 SW 프리랜서 개발자를 위한 정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SW 기술직군 상용근로자는 24∼30만명으로 추산된다. 프리랜서 개발자는 3∼5만명 수준이다. 국내 프리랜서 개발자가 본격 양상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다. 이 시기 전산 인력 상당수가 구조조정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잃고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정보기술(IT) 아웃소싱을 늘리면서 상당수 개발자가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SW정책연구소는 투입인력 인건비를 기반으로 SW사업비를 산정하는 '헤드카운팅' 방식이 고착화되면서 프리랜서 개발자는 그들이 생산하는 '가치'가 아니라 '비용'으로 인식됐다고 분석했다. 발주자는 예산을 줄이려하고 수주 기업은 이윤을 높이려는 과정에서 투입 인건비를 줄이는 구조가 이어졌다. 이는 프리랜서 개발자 수익악화로 이어졌고 악순환은 반복됐다.
SW정책연구소가 지난해 국내 SW프리랜서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연 소득은 3600만원 수준이었다. 정규직 근로자와 달리 절반이 넘는 프리랜서는 법정 휴일과 시간외 수당을 받지 못했다. 야근 비중은 80%가 넘었다. 절반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었고, 75%는 임금 체불이나 과도한 업무 변경을 경험했다.
SW정책연구소는 노동권 또는 인권보호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SW프리랜서 개발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제값 받기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반드시 업체와 프리랜서 간 계약서 작성이 동반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시는 2017년부터 프리랜서 보호 조례에서 표준계약서 양식을 만들어 보급하도록 한다. 우리나라도 하청업체와 프리랜서 개발자간 표준계약서가 필요하다.
최소한 사회 보장이 뒷받침돼야한다. 프리랜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현행 노동법은 사용자 장소에서 사용자 업무 지시를 받으며 정기적으로 임금을 받으면 근로자로 본다. SW프리랜서 대부분이 업체로 출퇴근하면서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는다. 신분만 프리랜서일뿐 정규 직원과 다름없다.
유재홍 SW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프리랜서는 보통 1년에 두달 정도 휴식기간이 있으므로 이 기간에 경력 개발을 위한 교육, 훈련 기회를 기업이나 정부가 제공해줘야한다”면서 “프리랜서에게 필요한 세법 교육, 계약서 작성법, 기초 노동 관련 법률 교육, 분쟁 해결 방법 등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SW프리랜서 개발자는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는다”면서 “이들 잠재된 역량을 최대한 끌어 올려 산업 현장에 적용하도록 투명하고 공정하며 안전한 근로 환경 마련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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