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0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간 합병을 정부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동걸 회장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기관을 일원화하는 방법으로 두 기관간 합병을 들었다.
그는 “정책금융이 여러 기관에 분산화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단은 사견이지만 남은 임기 동안 그 부분을 검토한 후 정부와 논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통합하면 벤처 생태계에의 대규모 투자를 강행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산업은행 차원에서 벤처투자 기관 6곳과 공동 투자하는 '메가세븐'을 설립했지만 아직도 해외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란 것이다.
이 회장은 “해외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매진하기 위해 지원 액수가 천문학적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금이 부족하다”며 “1000억원 규모 투자에도 상관없을 만큼의 규모를 확보하기 위해서 수출입은행과 합병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산업은행 과제 중 하나가 글로벌화인데 수출입은행과 합치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금융기관으로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정부 정책금융도 구조조정해야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지방 이전 가능성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산업은행이 해외로 팽창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하는 상황에서 지방 이전은 퇴보”라며 “일부 지역 정치인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도 대세가 아니다. 쓸데없는 논의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의 '혁신성장 지원 기관'으로서의 정체성도 조명했다. 50년 전에 시작한 산업화가 한계를 보이는 상황에서 혁신 기업 발굴과 육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산업은행의 성과로는 “넥스트라운드, 넥스트라이즈를 벤처 육성 플랫폼으로 잘 정착시켰으며 글로벌화도 진행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산업은행 차원에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이달 하순 경기도 하남에 설립되는 'KDB디지털스퀘어'를 그 시발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그는 “이제부터는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겠다”며 “JP모건이 지난해 IT에 1조원 투자를 한 것처럼 우리도 (IT 사업에) 지속 투자하겠다. (개인적으로도) 코딩을 배워볼까한다”고 말했다.
이동걸 회장은 이달 11일 임기 2년째를 맞이한다. 남은 임기는 내년 9월까지 1년이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