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양분하고 있는 프리미엄 TV 시장에 '듀얼 레이어 LCD'라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 LCD와 OLED 기술의 장점을 더하면서 뛰어난 화질과 성능을 구현했다. 이제 첫 상용화 제품이 등장한 가운데 향후 시장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렸던 '국제가전박람회(IFA) 2019'에서 '듀얼 레이어 LCD' 기술을 사용한 제품이 주목 받았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파나소닉이 선보인 55인치 '메가콘(MegaCon)' 디스플레이였다. 메가콘이라는 코드명은 '100만 : 1' 명암비를 구현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것으로 풀이된다.
시제품 형태로 선보인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두 장의 LCD 패널을 겹쳐서 사용했다는 점이다. 안쪽의 LCD 패널은 밝기(휘도)를 조절하는 흑백 패널이고, 바깥쪽 패널은 일반 4K LCD 패널처럼 작동한다. 백라이트 앞에 있는 패널이 픽셀 단위 미세한 밝기 조절을 해주기 때문에 자발광인 OLED처럼 픽셀단위로 제어할 수 있다. 명암비도 뛰어나고, 일반 LCD TV보다 훨씬 뛰어난 '블랙'을 구현한다. LCD 단점 중 하나인 시야각 문제도 개선했다. 또 DCI P3 색상 표준의 99%를 구현하면서 동시에 최대 밝기가 1000nit에 달한다. OLED보다 더 밝고, 번인 등 OLED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거의 없다.
파나소닉은 이 기술이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요구하는 수준의 색 정확도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단점도 있다. 패널을 두 장 사용하다보니 두께가 두꺼워지고, 발열과 소비전력 문제도 있다. 가격도 변수다. 기존 LCD TV보다는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재 듀얼 레이어 LCD 기술을 적용한 모니터의 경우 최고가 수준으로 판매 중이다.
IFA에서는 하이센스도 '듀얼셀' 기술을 활용한 85인치 신제품을 선보였다. 앞서 하이센스는 65인치 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하이센스가 개발한 듀얼셀 기술 역시 두 장의 패널을 겹쳐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박막트랜지스터(TFT) 기판, 컬러필터, 액정을 조합한 셀(CELL) 층을 이중으로 구현했다. 기존 LCD보다 블랙 표현 수준이 향상돼 명암비가 좋아지고, 색 표현력과 시야각도 개선된다.
하이센스는 내년에 듀얼셀 기술에 퀀텀닷 필터를 결합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아직 기술 개발 초기단계인 이 제품들이 현재 단점을 극복할 경우 시장에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IFA에서도 LCD를 겹쳐 사용한 기술은 외신 등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IT 전문매체 엔가젯은 “파나소닉의 듀얼 레이어 LCD는 OLED에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듀얼 레이어 LCD처럼 패널을 겹쳐 사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장점이 많은데다, 가격 경쟁력도 갖출 것으로 보인다”면서 “LCD 패널 가격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두 장을 겹쳐 사용하더라도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