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교육에서 마을 학습 교육으로, 도시산업교육에서 마을 전인교육으로'
경기도 여주 이포초등학교와 송삼초등학교는 교실 공간을 새롭게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2017년부터 사용자들의 의견과 참여를 바탕으로 계획하고 설계하는 과정을 거친 결과다. 주변에 학원은커녕 놀이시설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곳. 부모들은 전적으로 학교에 아이들의 성장을 맡기는 지역이다.
여주 학교들이 추구하는 혁신 공간의 큰 특징은 두 가지다. 적은 학생수를 보완할 통합 교육과정을 운영할 공간을 만든 것이고, 또 하나는 학교 안에 마을을 불러오는 것이다.
이포초에는 벌써 3~4학년 통합 교실이 들어섰다. 4학년 교실에 들어서니 조금 작다싶었는데 살펴보니 벽 뒤에 비밀의 공간이 숨어있었다. 여느 교실 같으면 게시판이 꾸며졌을 벽이 사실은 미닫이 문이었다. 3·4학년 각각 교실을 갖고 언제든 통합 교실을 열거나 큰 공간이 필요할 때면 미닫이 문을 연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중간지대, 즉 통합공간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 학생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다. 10시 반부터 11시까지는 교사가 침범하지 않는 오로지 학생만의 공간이 된다. 게임도 하고, 책도 읽고 연극 연습도 한다. 맨발로 뛰어 놀기도 한다. 학급당 8명인 학교 교실이 그렇게 클 필요가 없다는 판단 아래 두 교실의 공간을 세 개로 쪼갰다. 세 개 중 가운데 공간은 미닫이 문으로 막아 언제든 개방과 독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김두성 이포초 교장은 “아이들에게는 개방성이, 교사들에게는 독립성이 중요하다. 또 어떤 수업은 닫혀 있어야 하고 어떤 수업은 열려있어야 해 이를 만족할 방법을 찾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송삼초도 통합교실을 만든다. 10월 안으로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전교생 34명인 송삼초도 통합교실이 절실하다. 학년별로 학급을 운영하면 적정규모가 필요한 체육수업과 모둠을 만드는 프로젝트형 수업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단순히 교실만 통합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다. 교육과정 재구성도 필요하다.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 연구해 내놓아야 한다.
이들 학교의 또 하나의 특징은 '마을 교육'을 위한 도서관과 카페테리아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에서 지역 공동체 역할이 강조된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인스트럭터가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교육 자원을 찾아 코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학교 시설이 부족해 지역 주민의 협력이 절실한 이 지역은 아이러니하게도 학교에 교육을 전적으로 맡긴다. 교육을 위해 마을로 나가기 힘들다면 마을을 학교로 불러들이자는 뜻이 모아졌다.
송삼초는 교실보다 먼저 급식실부터 카페테리아 형으로 개조했다. 학부모 모임도 이곳에서 갖는다. 도서관이 완공되면 학부모 민화 모임 등 동아리 활동도 이곳에서 펼칠 계획이다. 도서관은 지역 주민에게 개방해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이들 학교는 또 다른 공간 혁신을 계획하고 있다. 학생이 책상에 앉아 수업을 하다 잔디밭으로 나가 수업을 할 수 있는 개방형 교실을 만들 예정이다. 1층 교실을 바깥 운동장과 연결해 미닫이 창을 열고 바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가장 꿈꾸는 모델이기도 하다.
2년에 걸친 여주 학교의 공간 혁신 활동은 어느 새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여주형'모델로 불리기도 한다. 여주지원청과 이포초·능북초·송삼초·송순초·오산초가 먼저 나섰다. 무엇보다 마스터플랜을 짤 때부터 학생과 교사의 의견을 충실히 들었다. 마스터플랜을 짜는 데만 2년 가까이 소요됐다.
공영숙 송삼초 교장은 “아이들의 공간이니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먼저 물어봐야 한다”면서 “아이들이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이 반영된 공간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주인의식을 갖고 아낀다”고 말했다.
여주(경기)=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공동기획>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