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추석 연휴를 끝내고 본격적인 정기국회 일정에 돌입한다. 여야는 1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시작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따른 정국 혼란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여당은 '개혁과 정책', 야당은 '공정과 투쟁'이 키워드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교섭단체 간에 확정한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조 장관 임명철회를 요구하며 원·내외 투쟁을 지속하는 야당도 의사일정에는 참여한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정기국회 의사일정은 변동 없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는 17~1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23~26일 대정부질문(정치·외교통일안보·경제·교육사회문화), 30일부터 10월 17일까지 국정감사, 10월 22일부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 등 예산심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16일로 예정됐던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원내대표 정례회동이 갑작스레 취소되는 등 일부 일정 수행에 진통도 예상된다. 여야는 정기국회 의사일정의 세부사항은 합의하지 않았다.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국회 관계자는 “야당 요구에 따라 이번주 정례회동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매주 월요일 진행되던 국회의장-원내대표 회동은 최근 야당 요구로 격주로 변경됐다. 원내 주요현안에 대해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협의 또는 합의를 해오던 자리다.
제1·2야당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조 장관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고, 민주평화당과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이하 대안정치)'가 국정조사에 동의하는 등 야권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점도 변수다. 이에 여당도 검찰개혁에 방점을 두면서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등 주변인 수사 결과에 따라 야당의 특검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은 추석연휴 마지막 날 '개혁과 정책'을 내세우며 조 장관 임명 후폭풍을 차단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이인영 원내대표와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정은 입체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통해 경제 회복 움직임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지방·교육 등 3대 재정분야 집행률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공공·민자·기업투자 등 3대 투자분야에 대한 지원책 및 규제혁신, '소재부품장비특별법' '국가연구개발혁신특별법' '빅데이터 경제 3법' '수소경제육성법' '공정거래법' 등 입법 작업에도 속도를 낸다. 이번주 당정협의를 갖고 검찰개혁에도 매진한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최근 검찰의 수사기밀 유출 의혹과 정치개입 논란 등으로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당정은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적 완결을 위해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국회에서 '추석 민심 국민보고대회(위선자 조국 사퇴촉구 결의대회)'를 가졌다. 서울 광화문에선 '헌정유린, 위선자 조국 사퇴 국민서명운동 광화문본부 개소식'을 갖고 조 장관 임명 철회 등을 요구했다. 황교안 대표는 개소식 후 시민들과 만나 조 장관 사퇴 당위성을 알리는 피켓 등을 전달했다.
황 대표는 추석 연휴 동안 1인 시위를 하며 조 장관 퇴진을 주장했다. 황 대표는 “(1인 시위를 하며 만난)국민께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조국 임명은 안 된다는 말이 말이 많았다”며 “조국을 반드시 사퇴시켜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도 '촛불집회' 등을 통해 조 장관과 정부여당을 공격했다. 매주 토요일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예고한 손학규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조국을 지키고, 내 새끼 지키고, 내 당파를 지키겠다는 생각을 버려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저희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대통령이 조국을 내려놓고 나라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