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며 명절 연휴기간 출장 행보를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15일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사우디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 관계사 해외 건설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명절기간에도 해외 현장에 있는 임직원을 격려하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현장 임직원들에게 “추석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고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계신 여러분들이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면서 “중동은 탈석유 프로젝트를 추구하면서 21세기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여러분이 흘리는 땀방울은 지금 이 새로운 기회를 내일의 소중한 결실로 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는 도심 전역에 지하철 6개 노선, 총 168㎞를 건설하는 사우디 최초 광역 대중교통 사업이다. 2013년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전 국왕의 왕명으로 시작됐다.
이를 위해 삼성물산은 FCC(스페인), 알스톰(프랑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삼성물산은 6개 노선 중 3개 노선 시공을 맡고 있다. 준공은 2020년이다.
사우디와 이 부회장의 인연은 각별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방한한 모하메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를 서울 한남동 승지원으로 초청, 미래 성장 산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1위 인물로 방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양국 경제협력 방안을 협의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삼성전자에게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다. 사우디는 2016년 석유산업에서 ICT 중심 첨단 분야로 산업 구조를 전환하는 '비전 2030'을 발표했다. ICT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6월 방한 당시 이 부회장을 비롯한 국내 주요그룹 총수들을 만난 이유도 ICT 산업 육성 청사진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최근 대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이 부회장은 대외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삼성 경영 일선은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도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1일에도 삼성전자 핵심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를 찾아 미래기술을 흔들림 없이 연구하라고 당부했다. 지난달에도 광주사업장, 충남 아산 온양사업장과 천안사업장, 평택사업장을 연달아 방문해 사업 현안을 점검했다.
사우디 방문으로 이 부회장의 명절 출장 행보도 계속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설 명절에는 중국으로 출국해 시안 반도체 공장 2기 라인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연휴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2014년 설에는 미국으로 향해 미국 주요 이동통신사 고위 관계자들을 만났다. 2016년 설에는 미국을 방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미팅했고, 같은 해 추석에는 인도를 찾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접견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