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신주쿠역 주변 '에스타냐 파친코'를 찾았다. 일본 최대 규모 파친코 가게다. 신주쿠에서만 세 개 지점을 운영한다. 파친코, 파친스롯 기기 총 3000여대를 돌린다. 지점 중 한 곳을 들어가 봤다. 200여평 부지, 5층 건물이다. 파친코와 파친스롯 기기가 층별로 구분돼 배치됐다. 밤 9시가 다다르자 건물 전체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여성 비율이 30%에 달했다. 주로 '우미모노카타리'라니 파친코 게임을 즐겼다. 2000년대 초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다이야기' 게임 원조다. 게임기 종류가 적게 잡아도 50개는 넘어 보였다.
비교적 단순한 방식 우미모노카타리를 해봤다. 왼쪽 위 지폐 투입구에 1000엔(환화 약 1만1300원)을 넣었다. 곧바로 카드 한 장이 배출됐다. 카드 내 저장된 게임 기록을 가게에 제시하면 경품으로 바꿀 수 있다. 카드를 게임기에 다시 집어넣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1000엔어치에 해당하는 구슬 125개가 쏟아졌다. 핀볼 게임과 비슷했다. 구슬을 쏘아 올려 가운데 하단 구멍을 통과시키면 된다. 오른편 아래에 부착된 작은 핸들을 돌려 발사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핸들에서 손을 떼면 게임은 중단된다. 게임이 자동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구슬이 구멍에 들어가면 가로·세로 3개씩 총 9개 그림이 회전하는 장면이 모니터에 등장한다. 그림에는 숫자가 적혀있다. 한 줄에 같은 숫자 3개가 연달아 나타나면 새 구슬이 기기 밖으로 쏟아진다. 게임기 밑에는 이들 구슬을 담는 보관 통이 달려있다. 추가 구슬을 얻지 못한다면 1만엔으로 30분을 버티기도 힘들다.
이렇게 얻은 구슬 개수를 기계로 계산, 결과를 카드에 남길 수 있다. 카드를 쥐고 경품 교환소로 가봤다. 총 세 가지 종류 경품 티켓을 지급한다. 현장에서 바로 와인, 장난감, 생필품과 바꿀 수 있다. 티켓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게임장 밖에서 현금 환전이 가능하다. 보통 파친코 매장당 1곳씩 'TUC'라는 간판이 걸린 환전소와 연결돼 있다. 둘 사이 관계는 법적으로 무관하다. 게임 결과물을 돈으로 바꿀 수 없도록 규정한 일본 법 때문이다. 편법 환전이 성행하는 셈이다.
그러나 긍정적 모습도 눈에 띈다. 국내는 게임을 자동 진행하는 불법 게임장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새벽까지 영업하는 곳도 셀 수 없이 많다. 환전 역시 암암리에 이뤄진다. 일본 파친코 게임장은 오전 10시에 열어 밤 11시가 되면 일제히 문을 닫는다. 게임 자동 진행도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 환전을 한다고 해도 한 사람은 하루 3만엔(약 34만원) 넘게 가져가기 어렵도록 게임기를 설계했다. “3만엔을 따는 것도 2만엔을 넣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파친코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신 당첨 확률은 경마, 카지노, 경정, 경륜보다 높다.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대형 게임장은 보통 아르바이트생만 20명 넘게 쓴다. 시급은 1100엔(약 1만2500원) 안팎이다. 편의점보다 100엔(약 1100원)가량 높다. 영주권을 갖은 일본인만 뽑는다.
파친코, 파친슬롯은 일본 대표 여가 생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정부가 발표하는 레저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 전체 여가산업 매출 중 파친코 비중이 가장 높다. 19조5400억엔(약 222조1300억원)을 벌어들여 27.9%를 차지했다. 온라인·모바일·가정용·어뮤즈먼트 게임시장 대비 8배 가까이 큰 액수다. 파친코 매장 수는 1만여곳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하루에 20만엔(약 227만원)을 벌어가기도 했다. 이때는 시장 규모가 30조엔(약 341조원)에 이르렀다”며 “당첨금이 계속 줄고 있는 데다 2025년쯤 카지노가 크게 늘어날 예정이어서 위축세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