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마지막이던 1990년대에 일본 휴머노이드형 로봇 아시모와 강아지 로봇 아이보가 소개됐다. 21세기에는 로봇과 함께할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됐다.
한국에서도 KAIST가 휴머노이드형 로봇 휴보를 성공리에 개발했다. 기적처럼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2015에서 휴보가 우승했다. 가능성을 보여 줬다. 마침 2013년에 미국 가정용 로봇 지보가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했다. 국내 개인용 로봇 분야에서도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구매 의향 및 투자 소식이 들려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3D프린팅이나 드론에 비해 장밋빛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지보가 그러했듯이 제품 상용화가 늦어지고 유수 기업이 사실상 파산을 선언하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국내 산업통상자원부의 로봇 육성 방향 역시 제조용 로봇 중심으로 바뀌게 되면서 개인용 로봇 분야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이미 로봇 선진국인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태이다. 일본은 이미 오랜 기간 사람과 함께하는 로봇 연구와 더불어 실제 노인 대상의 케어 로봇으로 차근차근 가능성을 검증해 나가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제조2025 정책을 통해 세계를 이끌려고 하는 중국은 미래 일자리가 로봇과 인공지능(AI)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아이들 대상의 로봇 보급 및 교육을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다. TV와 전광판, 공항에서도 가정용 로봇을 광고하고 면세점에서도 로봇을 판매할 정도다. 개인용컴퓨터(PC)처럼 로봇 활성화가 어느 정도인지는 직접 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한국은 어떤가. 올해 초 대구에서 로봇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최초로 있었지만 실제로 내용을 보면 그 중심에는 산업용 로봇이 있다. 물론 산업용 로봇도 중요하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체험할 수 있는 개인용 로봇 분야는 오히려 소외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거 김영삼 정권 시절 컴퓨터 보급을 통해 필자 역시 초등학교에서 컴퓨터를 접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SW) 개발자가 되겠다는 꿈을 꿀 수 있었다. 김대중 정권 시절은 어떘는가. 인터넷 보편화를 통해 전 국민이 정보를 쉽게 취득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를 필두로 한 벤처기업 태동기가 됐다. 두 정부의 노력은 대한민국을 정보기술(IT) 강국에 올려놓는 데 기여했다.
2014년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2020년은 로봇과 함께할 시대가 된다. 우리 세대가 컴퓨터와 함께하고 지금 세대가 스마트폰과 함께한다면 다음 세대는 인구 감소 및 노령화에 따라 로봇과 함께하는 사회로 될 수밖에 없는 필연을 운명으로 타고 났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는 국민, 특히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어린이와 청소년이 로봇을 접할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로봇을 통해 제2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융합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독립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은 미래를 함께할 개인용 로봇 시대를 준비해서 세상을 이끌어 갈지 조총을 우습게 보고 겪은 임진왜란과 시대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서 겪은 을사조약을 되풀이할지 기로에 서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듯 미래를 읽지 못하는 민족에게는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필자는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 와서 과거 젊음을 광부, 간호사로 바친 분들을 뵙게 됐다. 그들은 백발이 됐지만 독일에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조국 미래를 걱정하고 한국에서 온 기업을 응원했다. 조부모와 부모가 피땀과 눈물로 일궈낸 대한민국의 오늘날에 미래를 내다본 PC 및 인터넷과 같이 지금 당장만 볼 것이 아니라 로봇과 함께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박종건 서큘러스 대표 rippertnt@circul.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