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통신 장비·부품 제조사가 일본산 부품을 대체할 공급사를 확보하거나, 국산화를 시도하며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오이솔루션, 라이트론 등 '광 트랜시버' 제조사는 일본산이 비중이 컸던 부품 '레이저 다이오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광 트랜시버는 전기 신호와 광 신호 간 변환을 수행하며 데이터를 주고받는 광 송·수신 장치다. 레이저 다이오드가 신호를 바꿔주는 핵심 부품으로 일본산이 가격·품질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통신장비업체 관계자는 “국내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에 들어가는 광 트랜시버의 경우, 일본산 레이저 다이오드가 50~60%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레이저 다이오드가 당장 규제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5G 확산으로 수요가 늘고 있어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광 트랜시버 제조사는 레이저 다이오드를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 수입할 수 있도록 '멀티 벤더' 전략을 수립, 실행에 옮겼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도 멀티 벤더 확보 시 새로운 해외 기업에 대한 품질 검증을 지원하는 등 중소기업을 돕고 있다.
라이트론 관계자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조사는 레이저 다이오드 국산화도 추진한다. 시간이 소요되지만 기술자립이 무역 분쟁의 궁극적 대응책이기 때문이다.
오이솔루션 관계자는 “레이저 다이오드를 개발·생산 중으로 내년쯤이면 안정적인 물량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전망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 트랜시버를 장착해 광 전송장비를 만드는 코위버 등 통신장비업체도 수급 문제를 우려, 광 트랜시버를 일본산에서 국내산으로 변경하거나 미국에서 수입하는 등 경로를 다양화하고 있다.
정부도 기술 자립을 지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통해 공동 프로젝트 수행과 기술 개발 등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이 같은 움직임에 관련 일본 기업은 광통신 장치와 부품이 규제 물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확약 문서를 송부하거나, 우회 구매 등을 안내하며 업계를 회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 사이에서는 광 트랜시버 수요가 확산되는 만큼 공급망을 다중화하고 국산화에 힘을 쏟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