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재·부품·장비 산업(이하 소·부·장)에 집중 투자하는 전용펀드를 내년 중 내놓는다. 정부가 예산 2000억원을 투입하고 대기업과 금융권 등이 추가 자금을 출자하는 구조다. 전용 펀드 조성 외에도 해외 인수합병(M&A) 지원 등 소·부·장 산업에 대한 전폭 지원이 이뤄진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7일 취임 이후 첫 기업 현장 행보로 소·부·장 산업현장 방문을 택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업체 아이원스를 방문했다.
아이원스는 반도체 전공정 장비 부품의 정밀 가공과 세정,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 부품의 정밀 가공,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초정밀 가공 사업, 초정밀 세정 사업이 주력 사업이며 주요 매출처는 삼성전자, 인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다. 반도체 장비 세계 1위 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에도 납품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아이원스를 비롯한 소·부·장 산업 기업 4개사와 간담회를 열고 소·부·장 금융지원프로그램 보완을 위한 의견을 청취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문기 아이원스 회장은 “우리같은 강소기업이 소·부·장 분야에서 국산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산·학·연이 함께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특수연구개발(R&D) 목적의 자금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시트 컨트롤 장비를 만드는 덕일산업의 유재동 사장은 “매출을 보고 투자하거나 자금 지원을 하기보다는 금융권이 선행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기술력 기반의 대출 관행 개선 필요성과 신산업 분야 진출, 수직계열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 목적의 M&A에 대한 자금 지원 확대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관련 협회와 연구원에서도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민간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고무적으로 평가하며 △소·부·장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금융 공급 △소·부·장 산업 분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전용펀드 조성 △기술개발 및 M&A 등을 위한 자금지원 강화 등 다양한 금융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수출 규제 관련 기업은 “3개월분 이상의 재고를 확보해 아직 일본 수출규제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단기간내 대체재 확보가 쉽지 않은 품목은 수출 규제 장기화시 부담이 된다”면서 “수입선 다변화와 대체 생산에 대한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나온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소·부·장 분야 금융프로그램을 점검·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신을 소·부·장 위원장이라고 불러달라면서 관련 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그간 우리 정책금융도 정보기술(IT)이나 바이오 등 신산업에 비해 소재·부품·장비산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우리 경제와 산업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안정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소·부·장 산업의 자립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각계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