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르.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동에서 유명한 영상 메신저 서비스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만들었다.
하이퍼커넥트. 아자르를 만든 한국 스타트업이다. 하이퍼커넥트는 이미 1조원 이상 가치가 기대되는 예비 유니콘 기업이다. 서비스 하나만으로 이미 연매출 1000억원 이상 흑자 구조 기업을 만들었다.
1981년생 개발자 셋이 창업한 하이퍼커넥트는 한국의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2019년 가장 주목 받는 분야인 비디오와 AI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췄다.
하이퍼커넥트는 2014년 설립 첫해 매출 21억원을 시작으로 2015년 94억원, 2016년 363억원, 2017년 624억원을 거뒀다. 2018년에는 1045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게임업체가 아닌 스타트업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전체 매출 95%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서버 없이 AI 알고리즘 가동하는 '아자르'
하이퍼커넥트 대표 제품은 '아자르(Azar)'다. 화면을 한 번 넘길 때마다 세계 각국 사용자들과 영상으로 연결되는 독특한 유저인터페이스(UI)로 인기를 끌었다. 기기나 통신망 환경에 구애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영상통화를 제공한다. 하이퍼커넥트 특유의 모바일 'WebRTC' 기술력이 서비스를 뒷받침한다.
WebRTC는 플러그인 없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주는 웹용 프레임워크다. 브라우저 간 P2P 통신으로 고품질 음성, 비디오, 데이터를 전송한다. 구글이 WebRTC 주요 요소를 개발한 GIPS사를 인수해 2011년 API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오픈소스로 공개된 WebRTC는 웹 브라우저 기반이다. 모바일 서비스 최적화가 어렵고 전력 소모량이 커 발열이 심한 것이 단점이다.
하이퍼커넥트는 구글 WebRTC API를 개선해 모바일에 최적화 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다양한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한 아자르는 WebRTC 기술을 모바일에서 최초 상용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AI도 하이퍼커넥트가 자랑하는 기술이다. 하이퍼커넥트는 2016년 머신러닝 기반 실시간 음성 번역 기능을 아자르 앱에 도입했다. 자체 머신러닝 연구 조직을 갖추고 모바일 딥러닝 분야 연구에 투자 중이다.
하이퍼커넥트는 앱 내에 탑재해 서버를 거칠 필요 없이 모바일 기기 상에서 처리 가능한 가볍고 빠른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 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 통신망 사양에 관계없이 빠르게 구동할 수 있다.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이퍼커넥트는 구글 클라우드 머신러닝 스피치 API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술 파트너로 참여했다. 구글 본사 머신러닝팀과 직접 협업했다. 구글은 2016년 7월 해당 API 제품 출시 당시 하이퍼커넥트 실시간 음성 번역 기능을 대표 사례 중 하나로 소개했다.
하이퍼커넥트는 이미지·영상 처리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비디오, 음성, 텍스트 등으로 AI 연구 분야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온디바이스AI 기술을 이미지 처리, 배경합성 등 폭넓게 활용 중이다.
하이퍼커넥트 자회사 무브패스트컴퍼니가 출시한 소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하쿠나' 역시 WebRTC 기술과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다. 베타서비스 중에 3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세계 전역에 파이프라인 구축, 선입견 버리고 데이터로 의사결정
하이퍼커넥트는 선입견을 버리고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이 회사가 가진 독특한 방식이다. 제품과 마케팅 관련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테스트해 데이터를 만들고 의사결정을 한다.
용현택 하이퍼커넥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글로벌 서비스를 운영하며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잘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에 초기부터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사업부도 마찬가지다. 개발 조직과 긴밀한 협업으로 마케팅 데이터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자동 광고성과측정 서비스를 구축해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운영되는 방대한 퍼포먼스 마케팅 데이터를 자동화해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같은 경영은 하이퍼커넥트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용 CTO는 “물리적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으로서 앱 서비스를 19개 언어로 제공하기 때문에 동시다발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처리하려면 데이터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이퍼커넥트는 초기부터 외국인 직원을 직접 고용해 현지 언어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CS를 제공해왔다. 일본, 싱가포르, 터키, 이집트, UAE, 인도 등 8곳에 해외 오피스를 설립하고 현지 이용자를 이해하는데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사는 각 시장에 맞게 독립성을 부여한다. 향후 해당 시장에 대해 본격적으로 도전하기 위한 전초 작업이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