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법 개정이 사실상 여야 간 정치 공방에 밀려 무산될 상황에 놓였다. 법 개정이 개점 휴업하면서 핀테크·인슈어테크 등 신기술사업자에 불똥이 튀고 있다. 대형 보험사와 협업해 '인(人)보험' 관련 핀테크 서비스를 내놓거나 준비 중인 기업이 사업 자체를 접을 처지에 놓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 관련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해온 다수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중단했거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MG손해보험은 인슈어테크 플랫폼 굿리치를 서비스하는 리치앤코에 제공하던 전문통신을 중단하기로 했다. 전문통신은 보험사가 신용정보원이 보유한 보험계약정보를 파트너십을 체결한 인슈어테크 업체에 전달하는 협업 시스템이다.
MG손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신정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 전문통신으로 보험계약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향후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중단을 권고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나생명과 KB생명에 전문통신으로 보험계약정보를 제공받던 핀크와 시그너플래너 역시 서비스를 중단한다. 이들 역시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서비스 중단을 요청받았다.
MG손보가 전문통신 제공을 중단하면서 리치앤코도 문자 인증만으로 보험계약자 보험 내용 인증을 제공하던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외에도 서비스 안정을 위해 추가 2곳과 전문통신 관련 파트너십 계약을 준비하던 절차도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신정원은 올해부터 비회원제로 자유롭게 오픈했던 신용·보험조회 서비스를 회원제로 전환한다고 공지했다. 그간 회원 가입 없이 문자인증만으로 정보조회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지 않으면 서비스 이용이 불가하다. 하지만 전문통신을 이용하면 보험계약자 동의와 문자인증만 거치면 이용이 가능했다.
금융당국이 전문통신 중단 권고를 내린 데에는 고객 신용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 자체를 신용정보법 위반 소지로 봤기 때문이다. 신정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행법을 금융당국이 눈 감고 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사 일부가 정보를 외부 기업에 공개하는 것에 대해 정부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 데이터를 독점하려는 전통 보험사의 로비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신정법 개정 무산으로 정부 최우선 과제였던 마이데이터 산업 진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데이터를 확보하고 공유해야 다양한 보험 추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데 이를 확보할 판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체들은 관련 자료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신정법이 빠르게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정법 개정안에는 정부의 핵심 과제인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기 위한 핵심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데이터 활용을 통한 혁신성장을 위해 개인신용정보를 가명처리 한 뒤 통계작성이나 연구 등을 위해 신용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이를 이용하거나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인슈어테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신기술사업자를 키우라고 하지만 당장 데이터 확보는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오히려 대형 보험사의 정보 독과점을 부추기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신정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핀테크 업체는 물론 전통 보험사까지 인슈어테크 시장에서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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