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출시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중흥기를 맞고 있다. 전통적 MMORPG 인기지역과 신흥 강국을 중심으로 재서비스 되고 있다. 투입비용 대비 수익성이 높아 온라인 게임으로 상장에 성공한 중견 기업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2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클래식 MMORPG가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팔리고 있다. 클래식 MMORPG는 2000년 전후로 나온 1세대 MMORPG를 지칭한다. 넓고 깊은 콘텐츠보다 이용자 간 연결에 집중한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갖가지 에피소드가 몰입 요소다.
클래식 MMORPG로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는 업체는 엠게임이다. 엠게임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 179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을 달성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32.6%, 23.2% 상승했다. 전체 매출 61%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중국 '열혈강호 온라인'과 북미·터키 지역 '나이트 온라인' 해외 매출 증가가 견인했다. 열혈강호 온라인은 2004년, 나이트 온라인은 2002년 나온 게임이다. 신규 모바일·PC 게임 출시, 블록체인 게임, 테마파크가 요원한 상태에서 엠게임 주력상품으로 신작 공백을 막는다.
이외에도 2006년작 '귀혼'이 신흥 MMORPG 강국으로 떠오르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재서비스에 들어갔다. 2003년작 '이터널 시티'는 후속작보다 더 큰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2003년작 '영웅 온라인' 역시 최근까지 업데이트와 이벤트가 이어지고 있는 현역이다.
웹젠 역시 다수 클래식 RPG를 서비스하며 매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켰다. 20주년을 앞둔 '뮤'는 웹젠 수익의 70%를 책임진다. 지식재산권(IP) '뮤 오리진' '뮤 오리진2'를 탄생시키고 매출에도 기여하는 효자다. 이외 'R2'는 국내와 러시아에서 활발하게 서비스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R2 e스포츠 행사도 진행된다. '메틴'은 터키에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조이맥스는 최근 중화권과 태국에 '실크로드 온라인'을 수출하기로 했다. 과거 200여개 국가에 출시했던 작품으로 재진출을 이뤘다. 태국을 넘어 미얀마, 라오스까지 노린다. 신작 흥행 실패와 개발 모바일 게임 출시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조이맥스의 매출 일익을 담당한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동남아시아 매출 확대를 위해 인도네시아 최대 퍼블리셔 리토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국내 게임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블리자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 버전을 선보였다. 그 시절 그대로 불편함까지 그대로 구현했다. 오픈 이후 대기열이 생겼고 서버 증설을 진행했다.
해외에는 클래식 RPG만 모아 서비스하는 퍼블리셔가 존재할 만큼 클래식 RPG 인기는 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주류 게임 이용자 계층의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모바일로 이식된 IP 게임에 대한 실망이 오히려 클래식을 찾게 했다. 또 하드웨어와 통신 보급 상황이 좋지 못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MMORPG 수요가 급성장하면서 시장이 열린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게임사는 투입 비용 대비 수익이 좋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특히 확실한 현금창출원이 없는 국내 중견 기업 입장에서는 신작 공백을 막을 수 있는 훌륭한 수익원 역할을 한다. 단순 IP 장사가 아닌 브랜드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임자연 게임평론가는 “고전 매력은 다양한 관점으로 즐기는 마니아적 콘텐츠 재해석”이라며 “국내에서는 어렸을 때 즐겼던 게임 속 군상을 성인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고 해외에서는 모바일에서 경험할 수 없는 가상 사회와 합쳐져 인기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