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 LED 시장에 삼성전자에 이어 소니와 TCL 등이 가세한다. 이제 막 시장이 개화하는 단계지만,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넘어 일반 소비자 시장을 겨냥한 제품까지 속속 등장했다. 대당 수억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가격이어서 극소수 슈퍼리치(대부호)가 판매 주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가 최근 극장용으로 선보였던 초대형 16K 마이크로 LED를 일반 소비자용으로도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니는 마이크로 LED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크리스탈 LED 디스플레이'라고 이름 붙이고, 소비자용 판매에 돌입했다. 기존에는 극장 등 상업용으로만 판매했다.
이 제품은 가로 19.2m, 세로 5.4m에 달하는 초대형 제품이다. 해상도는 현존 최고인 8K를 넘어서는 16K로 구현했다. 일반적으로 디스플레이 제품 크기를 말할 때 쓰는 대각선 길이는 790인치에 달한다.
이 제품을 구매하려면 엄청난 크기의 집안 공간과 함께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 워낙 크기가 크기 때문에 모듈형으로 구성하는데, 16K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576개 모듈이 필요하다. 모듈 1개당 가격을 1만 달러로 책정할 경우 제품 가격만 576만 달러(약 69억원)에 이른다. 이 제품을 실제 구매할 경우 예비 모듈과 설치비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70억원이 훌쩍 넘는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가정용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삼성전자는 고급 홈 시네마 시장을 겨냥한 '더 월 럭셔리'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베젤(테두리)이 없고 두께가 29.9㎜ 불과해 벽에 부착 시 일체감을 주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최대 2000니트 밝기와 120㎐ 주사율, HDR10+, 인공지능(AI) 업스케일링 등 최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을 대거 탑재했다. '더 월 럭셔리'도 모듈형으로 공급하며, 146·219·292인치 3가지 크기로 출시했다.
더 월 럭셔리 역시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 크기 806.4×453.6×72.5㎜인 모듈 가격이 2만33달러다. 16장의 모듈이 필요한 146인치 제품의 경우 보조 모듈과 설치비 등을 더할 경우 대당 가격이 40만 달러(약 4억8000만원) 수준이다. 소니 제품보다는 훨씬 싸지만, 역시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기 쉽지 않은 가격대다.
중국 제조사 TCL도 조만간 마이크로 LED를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TCL은 최근 독일에서 열렸던 '국제가전박람회(IFA) 2019'에서 마이크로 LED의 전 단계인 미니 LED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이 제품은 소니나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보다는 가격대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TV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 있는 마이크로 LED 제품은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제품이지만, 부유층에서는 상당한 관심을 갖는 제품이기도 하다”면서 “앞으로 마이크로 LED가 대중화되려면 생산 단가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