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편 네 형제의 배를 도와주어라. 그러면 네 배가 해안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 연설(2018년 7월 9일)
13억이 넘는 인구, 경제성장률 7%의 인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수출 국가 다변화를 넘어 새로운 상생·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졌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한반도 주변 4개국을 넘어선 새로운 경제·안보 공동체 구성이 요구되고 있다.
◇신남방, 단순 경제협력 넘어 상생·번영으로
KOTRA는 주인도 대한민국대사관,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와 공동으로 23일부터 28일까지 인도 현지와 한국에서 '2019 한-인도 경제협력대전'을 개최한다.
2019 한-인도 경제협력대전에는 서남아 기업 370개사와 한국 기업 160개사, 구직자 200명이 참여해 기존 상품 교역 중심 행사가 아닌 한국과 인도 간 동반협력의 장으로 열릴 전망이다. 마케팅, 해외투자, 정부간투자(G2G), 취업, 기업의사회적책임(CSR)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협력기관으로는 서울시, 인도한국문화원, 한국관광공사, 방산지원센터, 한국외대, 인도상공회의소, 신남방비즈니스연합회가 총출동하는 대형 이벤트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재선에 성공해 정책이 구체화되는 시기에 양국 협력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인도는 우리 정부의 신남방 정책 핵심 파트너다. 신남방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 등 '3P'를 핵심으로 하는 개념이다. 인도 및 아세안 국가와 협력 수준을 높여 주변 4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기존 상품교역 중심에서 벗어나 기술·문화예술·인적 교류를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중국 중심 교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 창출로 한반도 경제 영역을 확장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는 인도의 모디 정부와 양국간 정상 방문으로 이미 탄탄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2월 한국을 방문한 모디 총리는 5월 총선을 통해 단독 과반 의석수를 확보해 압승을 거두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태양의 후예' 푹 빠진 젊은 인도, 커지는 소비재 시장
인도는 13억명이 넘는 인구, 매달 130만명의 생산 인구가 신규 유입되고 있다. 평균 연령이 29세에 불과한 젊은 나라다.
수도인 뉴델리 인구는 1800만명이 넘고, 인도 제1의 무역항구가 있는 뭄바이 인구는 2000만명을 훨씬 웃돈다. 인도 정보기술(IT)산업 심장부로 불리는 벵갈루루 인구도 1000만명이 넘는다.
우리나라는 최근 매년 20%씩 증가하는 인도 소비재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도 휴대폰 가입자는 10억5000만명이 넘고, 온라인 쇼핑은 연평균 35%씩 성장하고 있다.
권평오 KOTRA 사장은 “한국 경제의 비약적 발전과 현대차, 삼성전자, LG전자의 선전으로 국가 브랜드 프리미엄이 이미 구축됐다”면서 “한국과 한국기업에 대한 평가는 일본과 동등하거나 버금가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KOTRA는 이번 한-인도 경제협력대전을 기존 제조업에서 소비재 부문으로 확대하는 기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인도 현지에서는 소비재·방산·화장품 분야 바이어를 상대로 적극 마케팅하고,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에 대해선 투자유치 행사로 꾸몄다. 인도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경기도와 부산지역에서 순회 설명회도 개최한다.
26일 인도 뉴델리 안다즈 호텔에서 열리는 '코리아 페어 인 인디아'에선 국내 30개사, 바이어 120개사가 모여 기업간거래(B2B) 수출상담회, 온라인마케팅 행사, 한류홍보관, 한식시식회 등을 연다. 아이돌이 참여하는 K-팝 공연도 열릴 예정이다.
인도에선 최근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분위기도 우호적이다. 2017년에 방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시청자는 5000만명 이상 이었고, 올해 개최된 K-팝 콘테스트에는 15개 지역에서 4000만명 이상 지원했다. 인도 소비재 신시장 개척으로 양국 간 무역규모를 키우고, 나아가 내년 'KOTRA 한류박람회' 개최 가능성도 타진해본다.
모디 정부가 집권한 이래 인도 경제성장률은 매년 7%대를 기록하고 있다.
인도가 최근 내수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실질경제성장률이 5%대까지 떨어졌으나 외국인 투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세계 3위의 거대한 시장 덕분이다.
◇문제 많은 시장? NO…해결할 수단을 많이 찾는 시장
인도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인도는 모디 총리가 내세운 제조업 육성정책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가 의미하듯이 '메이드(Made)'가 아닌 '메이크'로 중국에 버금가는 세계의 제조공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중반부터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과 협력기업이 과감한 투자를 해왔다. 양국 간 교역 규모도 작년 기준 수출 156억달러, 수입 59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한국의 연간 인도 직접 투자 규모도 10억달러에 달한다.
전자, 자동차, 화학, 금융 등 다양한 분야 대기업이 진출했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동반진출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인도 진출을 돕기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인도 주력수출품은 철강판, 합성수지, 반도체, 자동차부품 등이었다. 수입품은 주로 알루미늄과 석유제품 위주다. 기존 수출입 관계를 넘어 해외투자, 인력, 기술교류 등 양국 모두 발전적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
실제 이번에는 국내 스타트업 15개사와 현지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VC)이 참여하는 행사가 벵갈루루와 뉴델리에서 이어진다.
KOTRA 지원을 받아 인도 현지 전시 및 투자상담회에 참가하는 파이퀀트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물속에 있는 세균을 검출하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파이퀀트가 개발한 워터스캐너는 물 속에 있는 박테리아를 10분 이내에 검출할 수 있다. 한 손에 잡히는 소형화된 크기로 실험실에서 측정하던 것을 현장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다. 인도,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에서 수요가 높은 기술이다. 회사는 앞서 수차례 인도를 방문하며 현지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고, 인도 정부기관과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피도연 파이퀀트 대표는 “인도는 아직 물을 잘못 마시면 배탈이 날 수 있을 정도로 정수 및 수자원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높다”면서 “아직 열악한 환경이라 문제가 많지만, 오히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에 대한 필요성이 훨씬 큰 나라라서 가능성과 도전의식을 느낀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