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공정경제'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지난 1년간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는 단 한 건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난해 8월 30일을 끝으로 지난 1년 동안 한 건도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2016년 20대 국회 개원 후 3년여 기간 국회에 발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총 120건이다. 이 가운데 처리된 것은 9건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원안대로 가결된 것은 4건, 나머지 5건은 폐기 또는 대안을 반영해 폐기됐다. 나머지 111건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된 상황이다.
가장 오래 계류된 개정안은 2016년 6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공익법인을 이용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막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공정경제 정책을 강화하려면 공정거래법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120건 발의된 것이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11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런 판단이 반영됐다. 국회가 개정안 처리에 소홀해 공정경제 정책이 탄력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상당수에 대해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여야 간 이견 때문에 처리가 늦어지기보다 다른 사안이 밀려 논의 대상에서 배제되는 상황이다.
공정위가 제출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전부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선 주목 받았지만 정작 발의 후에는 국회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작년 11월 발의 후 정무위원회는 해당 개정안을 지난 3월 단 한차례 논의했을 뿐이다.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공정거래법 개정안 대부분이 임기만료에 의한 폐기가 이뤄질 것으로 우려된다. 20대 국회 임기가 내년 5월 29일까지로 8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때에는 총 86건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이 가운데 59건이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업계에선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사안만이라도 국회가 선별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공정경제 정책 추진을 위해 개선해야 할 공정거래법 사안이 많다”면서 “국회가 민감하지 않은 사안부터 조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