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동을 금지하고 노조의 자유로운 구성을 보장하는 등 내용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안 3건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에서 반대 입장을 보이고, 경영계는 노동계 편향 법 개정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24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강제노동·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 비준안 등을 포함한 법률안 11건, 대통령령안 7건, 일반안 4건 등을 심의·의결했다.
이 가운데 '강제노동 협약 비준안'과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비준안'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 비준안' 등 3건은 ILO 핵심협약 비준안이다. 이들 비준안은 각각 강제노동을 금지하며 노조의 자유로운 구성을 보장하고, 노조 가입으로 인한 불이익을 막는 것이 골자다.
ILO 핵심협약은 ILO가 각국과 체결한 189개 협약 가운데 핵심으로 보는 8개 협약으로 △결사의 자유(87호·98호) △강제노동금지(29호·105호) △균등대우(100호·111호) △아동노동금지(138호·182호) 등으로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1991년 ILO에 가입했으나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 관련 4개 협약은 지금껏 비준하지 않고 있다. 노사 이견이 첨예하고 강제노동 금지의 경우 군 복무제와도 연관된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명시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의무 위반을 주장하면서 지난해 분쟁해결절차에 들어가자 정부가 비준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가 비준 절차를 추진한 배경에는 미중 무역전쟁이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또 다른 부담까지 정부가 짊어질 수는 없다는 판단이 담겼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국제 노동규범을 수용함으로써 노동자와 사용자의 권리를 높이고 국제사회에서의 신인도를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야 효력이 발생한다. 정부는 비준안과 함께 관련 노동관계법 개정도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협약과 충돌하는 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도 개정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앞서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 급여 금지 규정 삭제, 퇴직 공무원·소방공무원·대학교원·5급 이상 공무원 노조 가입 허용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영계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데다 야당에서도 비준안 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는 이달 초 5개 단체 명의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입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안은 우리나라 노사관계 특수성과 후진성 등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노동계에 편향된 안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균형되고 선진화된 개정안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오랜 기간 산업현장에서 대립·갈등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도 힘의 우위를 가진 노조 쪽으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