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을 위해 도입한 SW중심대학 사업이 시행 5년차를 맞으며, 관련 산업계는 물론 사회·지역문화 영역에서까지 톡톡한 성과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W중심대학사업이 산업계 SW 수요에 부응하는 현장 중심 SW 교과개편에 힘입어 대학 내 4차산업혁명 대응 SW 인재 파워를 확산, 강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학 교과과정에 있어서 SW 능력 강화란 기본 목적에 더해 SW중심대학 사업의 중요한 지향점 중 하나인 SW가치 확산 활동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SW중심대학에 선정되면서 소재 지역 SW가치 확산 활동 허브 역할을 담당하는 주요 학교 성과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한양대: 한국의 빌 게이츠를 키운다
빌 게이츠가 살아온 삶은 그가 12살 되던해 우연히 컴퓨터 단말기를 만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우리나라에서도 초등교과에 코딩수업이 의무 편성된 것과 별개로 컴퓨팅 영재를 조기 발굴해 특화된 SW인재로 키우는 것은 국가 인재양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SW교육전문가는 입을 모은다.
한양대는 4차산업혁명을 맞아 모든 융합산업 기초가되는 컴퓨터과학 분야 영재육성 필요성에 주목하고, 지난 2017년부터 SW가치 확산 사업 일환으로 SW영재교육원(원장 유민수 교수, 이하 영재원)을 운영중이다. 창의성이 집중 발현되는 시기 초·중등 학생들 중 컴퓨터과학 분야 잠재력을 가진 영재를 발굴해 융합형 인재로 육성하는 것이 장기적 국가 과제라 판단했다. 영재원 답게 학생 선발부터 엄격한 절차를 밟는다. 서울시 교육청 소속 학교로부터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과정 학생을 추천 받아 언어능력과 학교 교과상 기본 학업능력을 1차로 측정하고, 영재원 자체 선정 심사위원회를 꾸쳐 특수적성검사와 학생 심층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한다. 오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영재(초등 4학년~ 중학교 3학년)는 입학 후 학급당 20명 이내 정규과정 반에 속해 1년 동안 토요일 수업과 방학 기간 캠프 과정이 포함된 5일간 집중 수업으로 구성된 100시간 이상 교과를 이수해야 한다. 정규과정에는 컴퓨팅 사고력과 알고리즘, 데이터 과학과 컴퓨터 시스템 등을 수업하는 기초반과 심화반이 있으며, 심화반까지 마친 학생 중 선발해 학생이 원하는 컴퓨터과학 분야 연구를 담당 교수와 함께 수행할 수 있는 사사반도 운영한다. 김보연 SW교육전담 교수(SW융합원/SW영재교육원)는 “기초반 선발 과정에서 프로그래밍 실력이나 대외 수상경력을 보기 보다는 지원 학생이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필요한 창의성과 논리력을 기반으로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췄는지를 역점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런 영재를 발굴해 컴퓨터과학 분야 기초과목과 장·단기 연구 과제를 연구해 나가는 수업을 진행하면 학생은 컴퓨팅 사고력은 물론 데이터의 과학적 분석과 정보보안 문제까지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김 교수는 “실제 영재원 출신 학생은 데이터 과학이나 정보보호분야 연구과제 등을 수행해 '한국정보올림피아드' 같은 전국 단위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물론 '한국과학영재학교' 등 특성화 고교에 진학한다”며 “SW인재 양성사업이 SW중심대학의 취지에 맞게 국가차원 장기적 안목을 둔 투자로 지속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선대: 장애인·낙도 학생등 정보 소외층 보듬다
광주·전남지역 첫 SW중심대학으로 선정된 조선대의 SW가치 확산 활동 중심에는 SW융합교육원(원장 정일용 교수, 이하 융합교육원)의 'SW교육강사 양성 과정'을 통해 매년 배출되는 20여 명의 IT융합대학 재학생 교육 기부 활동이 자리잡고 있다.
컴퓨터공학과, 전자공학부, 정보통신공학부 재학생으로 구성된 이들의 교육 봉사는 광주시 소재 고교생 코딩 동아리 활동 지원부터 시작해 해남 땅끝마을이나 낙도, 고려인마을 등 관내 SW소외 지역까지 활동 범위를 넓혀 왔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지정 지역 내 산·학·관 연계 교육 협력 선순환 모델(사회적 성과부분 우수사례)로 뽑힌 '청년 SW교육 강사 양성 과정'은 교육원이 교과과정까지 개편해 만들 정도로 공을 들인 프로그램이다. 선발 학생은 겨울방학 계절 학기로 '산업체 현장학습' 과목을 3주간 120시간 교육을 받아 3학점을 이수하고, 이어진 학기 중 20시간 SW교육 봉사 활동을 입증하면 1학점을 추가해 총 4학점을 받게된다. 학교는 학생이 해당 교과를 거쳐 인성코딩지도사 등 3개 이상 SW교육관련 자격증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역 사회 기여 모델을 찾던 전력ICT 공기업인 한전KDN(대표 박성철)은 해당 과정에 소요되는 교수진 강의료·교재비 등을 지원하고, 전남교육청은 관내에 해당 교육기부 과정을 홍보하고 봉사 대상 학교를 선정하며, 봉사 뒤 '봉사활동인증서'를 발급 받도록 지원한다. 이를 토대로 지난 7~8월에는 한전KDN과 전남교육청이 공동주관해 완도 등 인근 낙도지역 학생과 나주시 소재 고아원을 대상으로 1박2일 SW캠프 형태 로봇 코딩수업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7월말에는 해남 옥천초등학교에서 교육원 자체 사업으로 진행된 '로봇친구와 함께하는 코딩콘서트'에도 해당 과정 출신 학생이 조교로 참여했다. 한편, 지난 4월에는 관내 고려인 마을 소재 '새날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SW로봇특강'도 벌였다. 고려인 마을은 1890년 이후 일제 압력을 피해 러시아 등 연해주로 강제이주했던 동포를 국내로 이주, 정착시키면서 광주시에 만들어진 공동체다. 이 교육은 부모세대 언어 문제로 한국사회에 정착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고려인 3·4세의 미래 진로 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아울러 교육원은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주관 '장애인 드론 자격증 및 창업특화 교육 과정'에도 교육장, 기자재 등을 제공함으로써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과 성장 여건을 마련하는 활동에도 참여했다.
조영주 SW융합교육원 교수는 “교육원의 다양한 SW가치확산 활동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SW교육전문가로 진로를 정하고 교직과목을 이수하거나 교육대학원을 진학해 관내 정보 교사로 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SW중심대학 사업이 지역내 SW교육분야 전문가 양성 선순환 모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이스트: 누구나 쓸 수 있는 개방형 교육 콘텐츠를 만들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이하 카이스트)는 현장 수요형 SW가치 확산 사업에 집중한다. 2016년 SW중심대학사업 운영을 위한 'SW교육센터(센터장 배두환 석좌교수)'를 '카이스트교육원'(원장 권영선 교수) 산하에 설립했으며, 'SW교육센터'는 다시 산하에 SW중심대학사업 중에서도 SW가치확산 프로그램만 전담하는 'IT아카데미'를 만들어 운용중이다.
'IT아카데미'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유효한 다양한 특강 프로그램 등 SW가치 확산 사업을 기획, 운영할 뿐 아니라 '카이스트 교육원' 산하 온라인 콘텐츠 제작과 운영 조직인 '교수학습혁신센터'와 협력해 교육 효과를 배가하는 역할을 맡는다.
SW교육센터는 카이스트에 SW가치 확산에 필요한 교육용 콘텐츠를 개발해 누구나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오픈된 공간인 K-MOOC(한국형 MOOC)이나 MOOC, 유튜브, KOOC 등 다양한 오픈 공간에 업로드해 누구나 높은 수준 SW교육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이들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강사진 역할을 하게 된 카이스트 SW교육센터 소속 교수의 자발적 교육기부가 큰 역할을 했다. IT아카데미는 자체 콘텐츠 뿐 아니라 코세라(Coursera)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해온 MPP 과정상 콘텐츠도 사용해 교육효과와 효율성을 높인다.
카이스트는 기업 현장의 실질적 요구에 대응하는 SW가치 확산 분야 산학협력 모델도 만들어 간다. SK㈜C&C 의뢰와 지원을 받아 SW중심대학 내 6명의 SW공학 전공 교수진과 기업체 인적자원까지 포함된 10여명 교수진이 참여해 '클라우드 기반 SW엔지니어링'이란 5개 묶음 강좌를 함께 제작하기도 했다.
해당 강좌는 의뢰 기업 SW 관련 인적자원이 현장 내 단위 차원 문제 해결 수준을 넘어 SW 설계·개발부터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전체적인 SW공학 차원에서 실질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도록 기획됐으며 K-MOOC을 통한 수강으로 SW공학에 관심 있는 누구라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 강좌가 됐다.
배두환 SW교육센터 교수는 “1월 해당 강좌 오픈 후 6개월 만에 외부 IT개발자를 포함해 4500여명이 수강을 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앞으로 현장에서 필요한 산학 협력 교육 모델을 개발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블렌디드(Blended) 교육으로 각 방식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보완해 SW가치 확산 활동 성과를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