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 장비 수입액 59% '뚝'…내년 투자 회복 여부 촉각

최근 3년간 국내 반도체 장비 수입액 추이. <자료:관세청>
최근 3년간 국내 반도체 장비 수입액 추이. <자료:관세청>

올해 국내 반도체 장비 수입액이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반도체 초호황 이후 찾아온 급격한 수요 및 투자 부진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 내년 투자 회복 여부에 관심이 쏠리지만 대외 투자 환경은 녹록치 않다는 분석이다.

25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 장비(HS코드:848620) 수입액은 36억3800만달러(약 4조3600억원)로 집계됐다.

2017년과 2018년 8월까지 반도체 장비는 90억달러 안팎의 수입액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같은 기간(90억2900만달러)보다 59.7%나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양대 반도체 업체가 올해 공정 개선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만 공장으로 들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핵심 장비 수입액도 크게 줄었다. 실제 실리콘 웨이퍼 위에 얇은 막을 쌓는 작업인 증착에 필요한 장비 수입액은 작년 동기보다 60%가량 줄어든 7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세한 패턴을 새기는 건식 식각 장비도 24억달러에서 11억달러로 감소했다.

장비 수입액이 절반 이상 감소한 것은 그만큼 올해 국내 반도체 회사들 설비 투자가 크게 감소했음을 뜻한다. 급격한 반도체 수요 부진과 미·중 무역 분쟁 등 대외적 갈등이 올해 보수적인 투자 기조에 영향을 줬다.

반도체 장비업계는 내년 투자 회복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11월께 반도체 제조사 장비 발주 계획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에도 업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중국 시안공장 2라인이 각각 내년과 올해 완공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영업을 할 수 있는 곳이 이곳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청주 M15 공장 추가 클린룸 확보와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이천 M16 공장 장비 반입 시기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장비업계 관계자는 “올해만 잘 넘기면 실적 개선이 있을 줄 알았는데 물량이 대량으로 수요가 나올만한 고객사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중 무역 분쟁 등 각종 대외 변수가 늘어나고 반도체 수요가 쪼그라들면서 제조사들이 투자 계획을 수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