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 촉각…시장 재편 '태풍의 눈'

올해 2월 중고차 매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면서 대기업들이 잇달아 중고차 플랫폼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자체 금융 상품을 보유한 캐피털사나 수입차 회사들이 만든 중고차 플랫폼이 인기를 끌면서 기존 중고차 전문 업체가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을 추월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중고차 매매업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다시 판단한다. 결정 결과에 따라 중고차 시장 재편은 불가피하다.

중고차 매매단지에 주차된 차량. (전자신문 DB)
중고차 매매단지에 주차된 차량. (전자신문 DB)

25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매물 평균 등록 수 기준으로 KB캐피탈이 운영하고 있는 KB차차차(11만여대)가 SK엔카닷컴(10만여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KB차차차는 론칭 3년여 만에 20년 동안 중고차 시장 1위 자리를 지킨 SK엔카닷컴을 뛰어넘었다. KB차차차는 개발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세 모형을 개발하는 등 중고차 시장의 고질병인 허위 매물을 해결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KB차차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화면.
KB차차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화면.

현대캐피탈이 지난해 말 론칭한 플카(7만여대)도 단숨에 3위로 뛰어올랐다. 애초 플카는 자동차 관리에 중점을 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었지만 중고차 매물 서비스가 인기를 얻으면서 중고차 플랫폼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론칭 이후 별다른 마케팅 없이 성장한 플카는 최근 앱 설치와 가입 고객에게 16만원 상당의 정비 쿠폰북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KB차차차와 플카가 단기간 큰 폭의 성장을 이룬 것은 기존 중고차 플랫폼 금융 상품을 결합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기존 중고차 플랫폼이 내차 사기(매도)에 집중한 데 비해 내차 팔기(매입) 서비스를 자체 운영한 것도 이용자가 늘어난 이유다.

중고차 매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만료가 금융사의 시장 진출을 부추겼다. 최근 기존 중고차업계가 동반위에 다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면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가 앞으로의 시장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다시 지정되면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기업의 관련 사업 진출이나 인수, 확장이 제한된다.

현대캐피탈이 출시한 플카 애플리케이션(앱).
현대캐피탈이 출시한 플카 애플리케이션(앱).

업계 일각에선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으로 지정하면 세계무역기구(WTO)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EU FTA 위반 등 무역 분쟁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고차 매매업 자체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한정시키면 관련 시장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SK엔카닷컴은 호주 카세일즈닷컴이 SK 보유 지분 모두를 인수하면서 외국계 회사가 됐다. 중고차 직영 사업 부문이던 SK엔카직영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뒤 사명을 케이카(K Car)로 바꿔 운영되고 있다.

수입차 업계도 중고차 매매 사업 제한에 우려를 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국내 주요 수입차 회사들은 직접 인증 중고차 사업을 통해 중고차 매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최근 동반위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보류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동반위는 실태 조사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올해 말께 생계형 적합업종 추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