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아케이드가 국내 서비스 열흘을 맞았다. 기존 모바일게임 경험과 다른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모바일게임 특성을 유지하면서 복잡성과 액션성을 고도화한다. 다만 국내 게임산업에 좀 더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내 대규모 게임사와의 접점 마련, 독점작 발굴이 숙제로 남았다.
애플아케이드는 애플 앱스토어 생태계 게임 중 선별된 다운로드 게임을 구독을 통해 이용하는 서비스다. 월 구독비용은 6500원. 첫 달은 무료다. 등록된 게임은 71개다. 애플 모든 생태계 iOS, 맥OS, 애플TV를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는 iOS만 지원된다.
독점작 '신세카이 인투 더 뎁스'는 모바일에서 구현할 수 있는 메트로바니아 장르 정점을 찍었다. '오션혼2'는 전작에 이어 수려한 그래픽을 보여준다. '옥토패스 트래블러'와 '브레이블리 디폴트' 제작진이 개발한 '베리어스 데이라이프'는 확률형 부분 유료 아이템이 없는 모바일 RPG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외에도 '엑시트 더 건전' '핫 라바' '브릭 스워드' 같이 간단하지만 몰입도 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다수 제공된다.
코어 게이머를 노린 구독 서비스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모바일 게임에 많은 매출을 기여하는 '고래'가 아닌 PC나 콘솔을 주력으로 즐기는 전통적인 게이머가 보조 역할로 즐길만한 게임이 많다.
끊임없이 콘텐츠 순환을 강요하기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몰입해서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다. 시간과 재화를 갈아 넣어야 하는 경쟁으로부터 자유롭다.
iOS13부터 기존에 지원하지 않던 PS4와 XBOX 콘트롤러를 공식 지원한다. 터치와 드래그보다 복잡함을 요구하는 볼륨이 큰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콘트롤러를 지원하는 '데드셀' '오션혼' '저니'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 '스카이겜블러'는 콘솔으로도 출시된 게임이다.
업계 분위기도 대동소이하다. PC온라인 게임이나 거치형 콘솔이 진짜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계층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모바일 게임 특유의 애매함이 없는 꽉 찬 볼륨이 호평을 받는다. 확률형 아이템 스트레스도 없다.
반면 작은 볼륨과 국내 게임이 없다는 점에서 실망을 표현하는 의견도 있다. PvP에 집중하는 한국 게이머 성향에 다소 밋밋한 게임이 많다는 분석이다.
이진호 기획자는 “애플아케이드는 모바일 게임 고래가 아닌 진짜 코어 이용자를 노린 라인업”이라며 “코어 게이머가 적당히 몰입하며 즐길 수 있는 지점을 정확히 공략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새로운 시도이기는 하지만 이 같은 이유로 국내에서 크게 반향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아케이드가 국내 게임산업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지속적인 독점 게임확보가 관건이다. 고정 수익과 게임성만으로 마케팅 없이 승부를 걸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중소, 인디 게임사에게 좋은 시도가 될 전망이다. 애플 입장에서도 양질 게임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게임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매출 규모가 큰 게임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미 확률형아이템으로 수익모델이 잡힌 대형 게임사가 크지 않은 시장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아직 국내 게임사가 애플과 특별하게 접촉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
점유율은 태생적 한계다. 애플 앱스토어 점유율은 작년 원스토어에게도 역전당했다. 질 높은 게임으로 유도한다고 해도 스토리 중심, 유료게임에 인색한 소비성향을 보이는 국내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관측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