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배터리 소송전이 특허 맞제소로 확전된 가운데 양사가 과거 맺었던 특허 관련 합의를 놓고 또 다시 충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7일 LG화학이 자사를 미국에 제소한 특허 침해 건에 대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소송 남발”이라며 “모든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소송에 과거 LG화학이 2011년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해 '추가로 국내외 부제소'하기로 합의한 특허가 포함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 소장 등을 토대로 LG화학이 제기한 특허 중 SRS 원천개념특허(US 7,662,517)가 SK이노베이션에 2011년 특허침해를 주장했다가 패소한 특허(KR 775,310)와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2014년 10월 맺은 합의서에 따르면 “LG와 SK는 대상 특허와 관련해 향후 직접 또는 계열회사를 통해 국내외에서 상호 간 특허침해금지나 손해배상청구 또는 특허 무효를 주장하는 쟁송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당시 합의서에 사인한 당사자는 김홍대 SK이노베이션 NBD총괄(현재는 퇴임), 권영수 LG화학 대표이사(현재 LG부회장)였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당시 합의서상 대상 특허는 한국 특허이고 이번에 제소한 특허는 미국 특허로 권리범위부터가 다른 별개의 특허”라며 “이를 같은 특허라고 주장하는 것은 특허 제도의 취지나 법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LG화학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과 SK배터리아메리카를 특허침해로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이 이달 초 미국에서 LG화학과 LG전자를 배터리 특허침해로 제소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한 미국 시판 차량을 분석한 결과 해당 배터리가 자사 특허 5건(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관련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2건)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돼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ITC에 이차전지 핵심소재 관련 특허를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소재, 부품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다.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는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 측은 “미국 특허 5건은 모두 관련 기술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요건을 권리로 갖는 '원천특허'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회피 설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양사는 지난 4월부터 영업비밀 침해, 특허 침해 등을 주장하며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소송전은 당분간 강대강 국면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전격 회동했지만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