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쾰른의 8월은 뜨거웠다. 한 여름 날씨는 화창했고 게임 열기로 도시 전체는 붉게 물들었다. 기온 뿐 아니라 게임 열기가 뜨거웠다. 쾰른 시내를 오가는 현지인과 관광객, 해외 출장자 발걸음 역시 경쾌했다. 게르만 특유의 무뚝뚝하고 무표정한 인상을 찾을 수 없었다. 일반적인 독일인 일상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은 건 다름아닌 게임축제였다. 독일인에게 게임은 또 하나의 문화였다. 게임스컴 2019 전시장을 찾는 부모와 자녀는 손잡고 다녔다. 게임 속 등장인물을 코스프레한 이들은 눈을 즐겁게 했다.
◇게임, 엔터테인먼트가 되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쾰른 게임스컴 전시장에서는 아빠와 아들, 엄마와 딸이 손잡고 다니는 광경이다. 자주 목격하게 된다. 가족 전체가 입장 티켓을 끊기도 한다. 한국 모습과 사뭇 대조적이다. 중·고등학생 반 친구끼리 게임행사장을 찾는 게 우리나라의 일반적 모습이다. 독일인에게 게임전시회는 거대한 이벤트였다. 그들은 중독, 과몰입이라는 단어는 잊고 현장 그 자체를 즐긴다. 부모와 자녀는 게임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한다. 의사소통 도구로도 활용된다. 이 때문에 전시장으로 향하는 관람객 발걸음은 경쾌하다. 일요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콘서트홀을 찾아가는 느낌이랄까.
◇중독 해결은 가정과 기업
독일에서는 게임 중독과 과몰입 문제를 풀어가는 일차적 책임을 가정이 진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기거나, 자녀의 중독이 의심되면 부모가 개입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게임을 제작하는 기업도 책임을 진다. 청소년 교육과 발달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게임 제작의 선을 넘지 않는다. 정부는 돕고, 지원한다. 독일 대표 게임사는 유비소프트, 이노게임즈, 일렉트로닉아츠(EA) 등이 있다.
펠릭스 팔코 독일게임산업협회장은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한 것은 잘못된 결정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전체 이용자 중 게임중독으로 판별할 수 있는 비중은 1%도 안 된다는 것이다. 100명 중 1명 이하 인원이 교육과 지도를 필요로 한다. 독일 정부는 청소년과 어린이가 성장하면서 극단적으로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정책을 편다. 또 독일은 규제만능주의를 지양한다. 게임 연령 제한은 두지만, 만 18세 이상의 경우 시간 제한은 없다. 성인 여가시간 소비에 국가 개입을 최소화한다.
◇게임, 5G 시대 돌파구
게임은 독일의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을 이끌어 간다. 디지털 전환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디지털 기술 기반 혁신과 5G로의 전환기에 중요성이 날로 커진다. 상당수 독일 기업은 게임을 근간으로 한 기술개발에 주목한다. 게임 기반 디지털 기술은 마케팅은 물론 인력채용, 홍보, 영업 등 모든 분야에 접목된다. 글로벌 ICT 기업이 쾰른에서 자사 게임 기술력을 뽐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행사에는 삼성전자 역시 종전보다 부스 규모를 2배 확장하면서 마케팅 활동을 강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부스에는 관람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산업적으로도 게임은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영역을 굳혀간다. 피터 메이욘버그 이노게임즈 홍보총괄은 “컴퓨터PC, 비디오 게임은 영화 필름산업과 음악 산업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자체가 기술, 음악과 컴퓨터 그래픽 등이 내재된 종합 엔터테인먼트 분야라는 해석이다.
◇쾰른, 유럽 게임 허브를 꿈꾸다
8월 넷째주 쾰른은 거대한 게임 도시로 변했다. 게임스컴 2019 개최 전날인 19일 온라인 생중계되는 게임스컴 전야제를 시작으로 쾰른 시 전체가 7일간의 축제에 빠져들었다. 23일 저녁부터는 시내에서 거대한 시티페스티벌이 펼쳐졌다. 페스티벌은 게임스컴 폐막일 다음날인 25일 저녁까지 이어지면서 관광객 눈길을 끌었다.
쾰른은 세계에서 대표적인 마이스(MICE) 산업 성공모델이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손색이 없었다. 행사 기간 동안 베스트팔렌 주 정부와 쾰른시, 기업, 시민이 만든 합작품이다.
쾰른시가 위치한 주 정부는 전시 기간 동안 각종 편의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게 전시회 입장 티켓만 있으면 근거리 대중교통 이용이 무료다. 입장권이 승차권인 셈이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마이스(MICE) 시티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주 정부는 세계 넘버1 게임전시회를 위해 올해 정부 지원금을 두 배로 늘렸다. 나다니엘 리민스키 베스트팔렌 주 정부 총리는 “개발된 게임이 세계에서 소비되고, 플레이되게 만드는 플랫폼으로 게임스컴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도시와 전시회를 구글 플레이스토어 같은 플랫폼으로 접근한다.
그는 “우리 주는 독일에서 게임에 가장 최고의 지리적 위치에 있다”며 “지정학적 위치가 게이밍의 심장이 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베스트 팔렌 주는 철강회사 등 중공업 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하지만 지금은 수많은 히든 챔피언 기업과 스타트업 및 독립 게임개발사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나다니엘 리민스키 총리는 “우리 주는 유럽에서 ICT를 리딩하는 심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력 기업들이 속속 둥지를 틀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한다. 도이치텔레콤 AG, 보다폰 그룹, 텔레포니카 독일지사가 베스트팔렌 주에 위치했다.
5세대 이동통신 강자인 에릭슨과 화웨이 역시 이곳에 자리했다. 세계 5위 휴대폰 제조사인 중국 오포의 경우 쾰른 북쪽 뒤셀도르프에 유럽 헤드코터를 설립했다.
쾰른(독일)=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