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이 잦은 동절기(12~3월)에 대도시 내 노후경유차 운행 제한, 최대 27곳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등 고강도 대책이 시행될 전망이다. 고농도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도입해 미세먼지 배출량을 20%(2만3000여톤)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다.
대책이 시행되면 가정에는 한 달 1200원 가량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산업계는 과도한 기업 '옥죄기'가 될 수 있다며 정부의 신중한 결정을 주문했다.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는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이런 대책이 담긴 '제1차 국민 정책제안'을 발표했다. 기후환경회의는 지난 27일 본회의를 열어 이 내용을 의결·확정한 뒤 청와대에 제출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관계 법령을 개정하고 10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대책은 산업·발전·수송·생활·건강보호·국제협력·예보강화 등 7개 부문 21개 단기 핵심과제로 구성됐다. 산업 부문은 고농도 계절 관리를 위해 평상시보다 강화된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한다. 공장 대기오염 관련 불법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한다. 전국 44개 국가산단 등에 1000명 이상 민관합동점검단을 파견한다.
발전부문은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거나 출력을 낮춘다. 12~2월에는 석탄발전소 9~14기, 3월에는 22~27기를 중단하고 나머지 발전소는 출력을 80%까지 낮춘다.
기후환경회의는 12~2월 14기, 3월 22기를 중단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본회의 의결 과정에서 전력수급을 고려해 유동적으로 가동 중단을 정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기후환경회의는 국민 정책제안 시행에 따른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금이 4개월(12~3월) 간 5000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4인 가구로 따져볼 때 한 달 평균 1200원, 4개월 간 5000원이다.
안병옥 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석탄발전소 가동 제한에 따라 부담이 전기요금에 전가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지급해야 할 부분”이라며 “국고 지원 방식보다는 4개월 간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에서 생계용을 제외한 배출가스 5등급 노후차량 운행을 제한하고, 고농도 주간예보가 나왔을 때 차량 2부제도 함께 시행한다. 5등급 차량은 1987년 이전 제작된 휘발유차와 2005년 이전 제작된 경유차다.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노후 경유차 취득세를 인상하고, 경유차 차령에 따른 자동차세 경감률은 차등화한다.
이밖에 생활도로·건설공사장 비산먼지·농촌 불법 소각 등 사각지대 관리 강화, 한·중 파트너십 구축 등 국제협력, 미세먼지 구성성분 공개·장기 주간예보 실시 같은 예보 강화 등의 내용도 대책에 포함됐다. 미세먼지를 줄이고 건강을 지키는 '10대 국민 참여 행동'도 마련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5개월간 5개 전문위원회 130여명 전문가, 500여명 국민정책참여단의 토론과 숙의를 거쳐 마련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업계 등 분야별 협의체 의견도 수렴했다.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심각해진 미세먼지 해법을 국민이 직접 참여해 마련한 첫 사례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산업계는 이번 정책제안이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정유·화학업계는 그 동안 정부가 강화한 배출허용기준을 모두 충족한 상황에서 규제가 강화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자동차업계는 우리나라가 산업 환경이 다른 일부 선진국 따라잡기에 나서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기후환경회의는 국민 정책제안 이행과 대국민 홍보를 위한 타운홀 미팅 등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한편 내년까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2차 국민 정책제안인 중장기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반기문 위원장은 “제안 내용이 지나치다고 말씀하실 분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사회적 재난인 미세먼지를 해결하려면 이 정도 대책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