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배터리 전기차(BEV)를 핵심으로 한 전동화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 단일 전기차 개발 조직을 소형·준중형·중대형·대형 세그먼트별로 세분화시켜 전문 인력을 배치했다. 차량 배터리와 전동화 개발실도 신설, 미래친환경차 대응력을 높였다.
2025년까지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44개 차종 전동화 모델을 내놓기 위한 조직 변화다. 현대차가 과거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동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1일 본지가 확보한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조직도에 따르면 이 본부 내 전기차총괄 개발 조직이 소형, 준중형, 중대형, 대형 등 세그먼트별로 구분돼 배치됐다.
이전까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개발은 1개 실 조직에서 전담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차체 크기와 성능별로 모터 출력·주행 성능뿐만 아니라 냉난방공조·인버터와 충·방전 속도 등도 차체 크기별로 최적화할 수 있도록 됐다.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프리미엄 차량부터 보급형 차량까지 여러 전기차 개발을 동시다발로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양산기술 확보를 위한 섀시담당, 보디담당도 새로 조직됐다. 현대차가 내년 하반기 완성을 목표로 한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이곳에서 개발된다. 전용 플랫폼을 단 첫 전기차는 중대형급으로, 스포츠유틸리티(SUV)와 승용 세단 중간 형태로 제작될 예정이다.
연구개발본부 내 환경기술센터는 전동화개발센터로 명칭을 바꿨다. 또 이 센터 하부에 전동화개발실과 배터리개발실을 신설, 전기차와 핵심 부품인 배터리 부분 연구개발(R&D)을 강화한다.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외부에 의존하던 배터리시스템 전반을 현대차그룹이 직접 챙기겠다는 전략적 행보다. 배터리개발실은 향후 배터리 독자 개발과 생산까지 타진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가격경쟁력 확보와 전기차 차종 별로 최적화된 주행·배터리 성능 구현을 위해 (배터리) 독자 개발을 깊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관련 후방산업도 챙긴다. 현대차그룹 상품전략본부 내에 전기차용 중고·폐배터리 및 충전인프라 관련 조직을 뒀다. 향후 고객의 지속 가능한 전기차 이용을 위해 중고·폐배터리를 재사용한 에프터마켓 전략과 단계별 로드맵 구축을 전담한다. 충전인프라 구축도 이곳에서 전담한다.
미래차 시장 대응을 위한 그룹 전반의 친환경·전동화 전략은 기업전략본부가 맡는다.
그룹 관계자는 “기존에는 전기차 등 전동화 관련 별도로 있던 조직이 내연기관의 일반 조직과 융합되는 과정에 있다”면서 “회사 전반에 걸쳐 친환경·전기차 개발과 사업화 조직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기차 85만대 생산·판매를 목표로 내세웠다. 자체 개발 조직 확대와 함께 해외 투자와 기술 습득을 병행하고 있다. 8월에는 현대모비스가 울산에 전기차 전용 부품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여기서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모듈을 집중 생산하게 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