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민간자금으로 생색내려는 금융위...신용카드기금 전용 논란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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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영세가맹점 지원 대책을 발표했지만, 민간에서 조성한 재원을 전용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의 정책 실패를 민간에서 조성한 재원으로 메꾸고 있다는 목소리다.

이번에 투입되는 자금은 당초 마그네틱카드의 IC카드 전환을 위해 카드사들이 출자했던 기금이다. 그러나 이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2년간 용처를 찾지 못했던 자금이다.

7일 금융위와 여신협회는 소상공인 자금과 소상공인 결제수단 보급 지원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영세·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에 대해 신결제 관련 기기와 무인결제(키오스크) 등 결제 인프라 구축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근거리무선통신(NFC)과 QR코드 등을 활용한 신결제 인프라 구축에 약 4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게 골자다. 기기당 약 15만원을 들여 결제 단말기 약 22만4000개, 키오스크 약 1만8000개를 보급한다.

문제는 이번 정책이 과거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발생한 이중투자 비용이라는 점이다.

과거 금융위는 마그네틱 카드를 IC카드로 전환하면서 해당 결제단말기에 대한 보안인증 체계를 확립했다. 당시 카드사와 밴사 일부가 IC카드 단말기에 NFC 등 신 결제 기능을 탑재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는 수용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미 시장에 깔린 IC결제단말기 외에 NFC나 QR결제를 별도 보급해야 하는 이중투자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만약 당시 금융위와 협회가 업계 의견을 수렴해 카드단말기 인증에 NFC 결제 기능 등을 탑재했다면 지금과 같은 이중투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카드사 주도로 진행하던 NFC단말기 무상 보급 사업에 금지조치를 내린 것도 금융위였다. 카드사들이 NFC결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단말기를 가맹점에 무상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정부는 이를 리베이트 제공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이번에 해당 기금으로 단말기를 무상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전 결정에 배치되는 사안이다. 정부의 이전 정책의 잘못을 소상공인 지원 대책으로 둔갑시켜 홍보하는 셈이라는 평가다.

기금 사용 용처도 불분명하다.

카드사가 기금을 출연한 이유는 정부의 IC카드 전환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이번 대책에는 온라인 영세사업자 금융 지원 사업으로 바뀌었다.

이미 영세사업자를 위한 대출과 지원 상품이 많은데, 비슷한 내용으로 지원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온라인 사업자의 유동성 애로 문제는 2~3년 전부터 불거진 문제다. 지원사업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지만 민간조성 기금을 정부가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는 점은 문제다.

오히려 시장에서는 기금 목적에 조금이라도 부합되기 위해서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 관련 후방산업에 사용하는 게 맞는다는 지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 직무유기이자 금융위의 월권”이라며 “민간 카드사 자금으로 정부의 생색내기 정책을 추진하는 건 안 될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IC단말기 전환기금 조성 당시 지원 단말기에 NFC 기능을 탑재하는 것에 카드사간 이견이 있어 NFC 기능을 제외키로 결정한 것” 이라며, “이번 기금 사용 계획은 카드사 대표이사로 구성된 재단 이사회에서 의결을 거쳐 결정된 사항으로, IC단말기 잔여 기금은 영세중소가맹점 지원 목적으로 사용이 한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의 허가를 받아 재단에 이관된 것이며 이에 후방산업 지원 등 타 목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