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오토바이 없이 걸어서 음식을 배달, 용돈을 벌 수 있게 됐다. 배달원 문턱이 낮아지면서 공유배달 시장이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음식 배달 대행업체 바로고(대표 이태권)가 도보 배달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다. 브랜드명은 '바로고 플렉스'다. 일반인이 배달원으로 참가하는 공유배달 플랫폼이다. 이번 테스트는 한달여간 이어진다. 세 차례 이상 베타 테스트를 거쳐 내년 말 정식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르면 14일부터 일반인 모집에 돌입한다. 300명을 모은다. 배달원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500m 미만 근거리 배달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건당 3000원을 번다. 배달 도중 다쳐도 보상받을 수 있다. 배달원 모두 도보 배달 전용 상해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배차 알고리즘은 공개하지 않는다. 전략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다.
기존 공유배달 플랫폼은 자전거와 같은 이동수단을 사용하도록 한다. 배달의민족이 지난 7월 선보인 '배민 커넥트'는 자전거, 전동 킥보드, 오토바이를 활용한다. 메쉬코리아가 운영하는 '부릉 프렌즈'는 전기 자전거로 음식을 전달한다.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6월 강남에서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지 석달여만에 서초, 송파까지 사업 범위를 넓혔다.
배달 대행업계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전문 인력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라이더 수는 20만명 안팎으로 유지된다. 1인가구 증가와 맞물려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극심한 라이더 수급난을 겪는다. 바로고를 비롯한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업계가 배달 물량 일부를 일반인에 맡기는 크라우드 소싱에 주목하는 이유다.
도보 배달이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지리에 훤한 동네에서 별다른 준비물 없이 용돈벌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국망을 갖춘 바로고와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크라우드 소싱은 라이더 보완제 역할을 담당한다. 날씨, 시간대에 따라 참여율이 들쑥날쑥한 일반인 중심으로 배달 인프라를 구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라이더 기반 안정적 배달 조직을 확보한 배달 대행업체만이 도보 배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낮은 음식 배달 단가는 극복해야 할 숙제다. 쿠팡 플렉스를 포함한 택배 물건 공유배달 플랫폼에 비해 절반가량 단가가 낮다. 비슷한 경로 가게를 경유하면서 음식을 묶음 배달하는 시스템을 도보 배달에 적용,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35조원으로 추정된다. 월평균 배달 물량은 1억6000만건 이상이다. 바로고는 현재 전국 410여곳에 허브를 세웠다. 라이더 4만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 누적 배달 1억건을 돌파했다. 연평균 80% 가까이 배달 주문이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와 규제 문제를 극복할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면서 “묶음 배달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면 누구나 최저시급 넘게 벌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