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대표 뿌리산업입니다. 자율주행, 스마트공장 등 다양한 첨단 분야에서 광학기술이 필수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광학산업 육성 중요성을 정부와 지자체가 잘 모르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정진호 한국광학기기산업협회장(프로옵틱스 대표)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산업과 기술 육성 중요성이 언급되는데 유독 광학산업만 중요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 광산업 육성책이 특정 지역에 치우쳐 정작 수도권에 위치한 첨단 광학 기업들이 제대로 지원을 못 받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광산업은 전통적으로 일본과 독일 기술 수준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가 자체 카메라를 개발·판매하다가 중단한 것을 제외하면 렌즈 가공 혹은 관련 부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스마트폰에서 카메라 모듈을 다수 채택하면서 관련 기업이 성장했지만 중국이 저렴한 가격으로 공세를 펼치고 대기업이 베트남으로 휴대폰 공장을 이전함에 따라 국내 산업과 유관 기업이 위협받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광학기술 중요성이 계속 커지면서 일부 기업이 광학계 국산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부 성과도 거뒀지만 아직 세계 수준 기업 명성을 뛰어넘기에는 부족하다.
1988년 설립된 한국광학기기산업협회는 초기 정부의 카메라 관련 부품 국산화 정책 일환으로 국산 부품 채택률을 검토하고 수입을 승인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전라남도 광주를 중심으로 발광다이오드(LED)를 비롯한 광산업 육성 지원이 이뤄지자 수도권에 위치한 협회와 회원사들이 상대적으로 지원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광산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광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광산업 관련 기업은 서울과 수도권에 629개사(54%), 광주에 249개사(21%), 기타지역에 291개사(25%)가 분포했다. 광학기기산업협회는 자체 조사 기준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소재한 광산업 기업이 60%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정진호 협회장은 “광주를 중심으로 정부 광산업 육성책이 이뤄지다보니 정작 과반수 기업이 혜택을 못 받는 셈”이라며 “광원, 광전소자, 정밀기기, 광통신, 소재, 광학기기 등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는 전체 광산업에서 일부 분야에 혜택이 집중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광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뿌리산업이라는 점을 잘 모른다는 점”이라며 “최첨단 반도체·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수송, 의료, 통신, 바이오, 우주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학 기술이 사용되고 있고 앞으로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 협회장은 정부가 광학산업을 뿌리산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존 육성책을 재점검하고 수도권에 다수 분포한 기업을 위한 전담조직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협회장은 “지역에 상관없이 전체 기업이 동등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광학이 기술집약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인 만큼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국가 기술력을 확보해야 하는 중요 산업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