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제조업 체감경기가 소폭 하락했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내수부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인 결과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최근 전국 2200여개 제조사를 대상으로 '4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3분기보다 1포인트 하락한 72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100이상이면 '이번 분기의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이하면 반대다.
대한상의는 “세계경제 성장 둔화세로 수출(10개월째 마이너스)과 영업이익(상장사 상반기 〃37%)이 줄어드는 등 민간부문 성장모멘텀이 약해졌다”면서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원자재값 변동성, 노동환경 변화 등 대내외 불안요인이 한꺼번에 몰려 체감경기를 끌어내렸다”고 진단했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체감경기전망은 동반 하락했다. 4분기 수출기업 경기전망지수는 85로 직전분기(88)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내수부문은 69로 1포인트 떨어졌다.
국내기업 실적 목표 달성에도 비상등이 켜졌다는 게 대한상의 분석이다. 연초 세운 영업이익 목표치의 달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 3곳 중 2곳(62.5%)이 “못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근접하거나 달성 가능'이라는 응답은 35.1%, '초과 달성'은 2.4%였다.
기업의 투자 상황도 작년보다 악화됐다. 작년과 비교한 올해의 투자 추이 물음에 '별 차이 없다'(58%)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악화됐다'(31%)는 답변이 '호전됐다'(11%)는 답변보다 3배가량 많았다. 이유로는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소극적 경영'(66.5%), '원자재값 변동성 확대'(12.8%), '국내시장 포화로 인한 투자처 부재'(9.5%)를 꼽았다.
업종별로는 '제약'(113)만이 기준치를 상회했다. '철강'(65), '정유·석화'(67), '자동차·부품'(69), 'IT·가전'(69), '기계'(73), '조선·부품'(91) 등 모든 주력제조업종은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정책역량 초점을 대외 여건에 두기 보다는 지금 당장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내부 일에 맞춰야 한다”면서 “고용노동부문 예측가능성 제고와 융복합·신산업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파격적 규제개혁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