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한국 데이터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의 국회 법안 심사가 약 1년째 공전되고 있다. 정치적 갈등에 국회 장기 개점휴업과 파행 등으로 계류가 길어졌다. 최근 법안심사소위원회 3차 회의가 열렸지만 새로운 문제가 지속 제기되며 의결이 또 미뤄졌다.
개정안 일부 내용을 두고 의견차를 드러냈다. 의결 지연 중심에는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있다. 권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간사다. 법안소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권 의원은 이달 1일 열린 3차 법안소위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독립기구로 조사·처분권을 갖는 것을 문제 삼았다. 위원회가 활용과 보호 모두를 관리·감독하면서 조사·처분권까지 갖는 것은 과도한 권한이라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심사 과정에서 처음 제기된 문제다.
담당 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 유럽연합(EU) 개인정보보호규정(GDPR)과 사례 등을 근거로 조사·처분권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문제 제기는 이어졌다. 의안정보시스템 속기록에 따르면 권 의원은 '조사·처분 권한이 없는 EU 국가를 찾아서 저보고 제시해 달라고 했지요?'라며 윤종인 행안부 차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윤 차관은 조사·처분 권한이 있어야 EU GDPR 적정성 평가를 위한 필수요건이 성립된다고 해명했다. 행안부 공무원과 관련 공공기관 관계자 모두 조사·처분권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지만 시간상 문제로 회의는 종료됐다. 실제 윤 차관이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지만 수차례 해명과 근거자료 제시에도 역부족이었다.
법안 내용을 세세하게 확인하고 바로잡는 게 법안소위 소임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법안이 발의된 지 1년이 다 돼 가는 시점에 개정안에 명시된 원론적 내용을 뒤늦게 문제 삼아 법 통과를 막는 것은 다르다. 정부·여당은 국정감사 직전인 이달 1일 열린 3차 회의에서 개정안 의결을 목표로 했다. 20대 국회 중 법안 통과가 절실하지만 내년 총선까지 6개월이 채 안 남아 시간적으로 촉박하다.
행안위 법안소위 의결이 끝나더라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의결까지 첩첩산중이다. 연계 법안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논의는 개인정보보호법 의결 이후에나 시작된다. 첫 단추도 꿰지 못했다. 한 여당 의원은 회의 말미에 “이 법은 오늘 통과시키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의견을 냈다. 그러나 법안소위는 다음을 기약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국내 데이터산업계가 염원하고 데이터경제 실현이 달린 법 개정의 물꼬가 닫혀 버렸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