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오류 시험할 중성자 빔 설비 절실"...7500억원 규모 사업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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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중성자에 의해 발생하는 반도체 소프트 오류에 대응하기 위해 중성자 가속기(빔) 설비를 국내에 마련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중국·일본이 자체 설비를 갖춰 미래 반도체 개발에 대응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는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설비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쟁국인 일본은 물론 중국이 최근 이 분야 연구에 나선만큼 국내도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최근 제기돼 왔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경북도는 반도체·소재 등 산업계 테스트는 물론 기초과학 분야 실험이 가능한 '한국파쇄중성자(Korea Spallation Neutron Source) 인프라 및 테스트 플랫폼 구축사업'을 준비하고 내년 정부 사업으로 제안할 방침이다. 사업 규모는 약 7500억원이다. 2021년부터 2027년까지 7년간 추진한다. 포스텍이 보고서 작성에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내달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계획뿐만 아니라 경주 양성자 가속기 업그레이드를 통한 중성자 테스트 시설 확충도 함께 검토한다.

경북도와 포스텍이 나선 이유는 최근 몇 년간 대기중의 중성자가 반도체에 부딪치면서 칩 기능에 일시적 오류가 발생하는 문제가 세계 반도체 업계에 화두가 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ISO 26262 개정으로 자동차용 반도체에 대한 국제표준이 개정되면서 중성자 테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초미세 공정을 적용하고 데이터 밀도가 높은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성자 영향으로 갑자기 칩에 소프트 오류가 발생하는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일시적인 소프트 오류여서 하드웨어 구동에는 당장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소프트 오류가 축적되면 최악의 경우 시스템이 중단될 수 있다.

데이터 연산이 잘못되면 자율주행차용 반도체의 경우 시스템 명령이 잘못돼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중성자 테스트 시설이 없어 해외시설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만약 국내 반도체 기업이 중성자 가속기를 이용한 테스트를 하려면 미국이나 유럽 설비를 이용해야 한다. 수 개월 전 미리 사용 신청을 해야 하고 이용료도 높아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 부담스럽다. 개발 중인 최신 반도체 기술과 정보를 해외로 들고나갈 수밖에 없어서 정보유출 문제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잠재 위험에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기술 난도가 빠르게 높아지는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현재 국내에는 대전 하나로(HANARO)에 파쇄(Spallation) 방식이 아닌 리액터 방식의 중성자 빔 시설이 있다. 리액터 방식은 원자로 형태이고 핵분열을 이용해 사용상 제약이 많고 범위도 제한적이다.

반면 파쇄 방식은 사용할 때만 가동이 가능한 형태여서 산업에서 활용하기가 훨씬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일본, 중국, EU 등에서도 파쇄 방식을 다수 보유했고 신규 건설중인 중성자 빔 시설도 이 방식을 주로 채택하고 있다.

이번 사업 기획에 참여한 신훈규 포스텍 교수는 “우리 모두가 항상 대기 중성자 영향을 받으며 사는 만큼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초미세 공정으로 진화할수록 반도체에 소프트 오류를 일으킬 확률이 커지므로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이 분야 연구가 활발한 EU는 스웨덴에 ESS(European Spallation Source)를 건설 중에 있고 2035년까지 설비 구축을 마치고 2085년까지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체계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며 “중국도 올해 신규 설비가 6월 가동에 돌입했고 일본도 중성자 빔 소스를 보유하고 있어 추후 한국 반도체 기술력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