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1600만원' 혼다는 '1500만원' 할인 폭풍…수입차, 또 고무줄 가격 논란

수입차 업계가 연말을 두 달여 앞두고 재고 소진을 위한 대규모 할인 공세에 돌입했다. 할인율이 최대 25%, 금액으론 1600만원을 상회하면서 가격 거품과 고무줄 가격 논란도 끊이질 않고 있다.

온라인 신차 구매 플랫폼 겟차와 업계에 따르면 수입차 브랜드들이 10월 공격적 프로모션 조건을 내걸었다. 해마다 연말을 앞두고 할인 혜택을 제시하지만, 이번엔 할인 규모가 차량 가격의 25%에 달하는 등 지난해보다 할인 폭이 더 커졌다.

재규어 XF 차량. XF 20d 프레스티지 사륜구동 모델(6320만원)은 1610만원을 할인해 4710만원에 판매 중이다.
재규어 XF 차량. XF 20d 프레스티지 사륜구동 모델(6320만원)은 1610만원을 할인해 4710만원에 판매 중이다.

가장 큰 폭의 할인을 내건 브랜드는 '재규어'다. 올해 1~9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6% 판매 감소세를 기록한 재규어는 할인으로 재고 밀어내기에 나섰다. 재규어는 지난달 XE 대규모 할인으로 재고 완판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 XF에 대해 차량 가격 25%가 넘는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재규어를 비롯한 일부 수입차 브랜드는 연말 재고가 쌓일 때마다 할인율을 높여왔으나 이번처럼 20% 이상 할인율을 내놓은 건 이례적이다.

재규어 XF 20d 프레스티지 사륜구동 모델(6320만원)은 1610만원을 할인해 4710만원에 판매 중이다. 재규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F페이스 2.0D 프레스티지와 E페이스 D180S에 22% 이상 할인율을 반영, 각각 5480만원과 4240만원에 판매한다.

혼다 대형 SUV 파일럿. 1500만원을 할인해 재고 600대를 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 대형 SUV 파일럿. 1500만원을 할인해 재고 600대를 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본차 불매운동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혼다'도 대형 SUV 파일럿을 1500만원 할인하며 재고 소진에 나섰다. 대규모 할인으로 재고 물량 600대가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는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지난 8월 138대, 9월 166대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판매가 급감했다.

올해 1만대 클럽 입성을 앞둔 'MINI'와 '지프'도 일부 재고 물량에 대해 13~22%를 할인하고 있다. MINI는 3도어 해치백 기준 쿠퍼(3200만원)는 450만원, 쿠퍼 S(4260만원)는 570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지프는 체로키 2.4 론지튜드 17%(750만원), 그랜드 체로키 3.6 리미티드 22%(1370만원)을 할인한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도 할인에 가세하며 연말까지 마지막 판촉전에 돌입했다. 벤츠는 C클래스 C200을 13%(650만원), E클래스 E300 4매틱 아방가르드 11%(855만원)을 할인한다.

BMW 3시리즈. 320d를 11%(600만원)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BMW 3시리즈. 320d를 11%(600만원)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화재 이슈 이후 판매 침체에 빠진 BMW도 할인전에 뛰어들었다. BMW 3시리즈 320d는 11%(600만원), 4시리즈 420i 그란쿠페 스페셜에디션 18%(900만원) 할인을 제공한다. 최근 영업 정상화를 선언한 아우디도 6~17% 수준의 할인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 할인은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지만, 가격 거품과 중고차 가치 하락 등 수입차 시장 신뢰도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고무줄 가격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라면서 “매달 딜러사별 할인 폭이 다르고, 일선 딜러마다 다른 견적을 제시하면서 수입차 가격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