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해상운송서비스기업 팬스타그룹이 한-일 무역분쟁 파고를 넘어 창립 30주년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1990년 설립 이후 국내 최초로 페리 결합 크루즈 사업을 시작하고 일본통관면허를 획득, 고품질의 물류서비스를 제공했다. 일본철도(JR)를 연계한 화물운송도 국내 최초로 선보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항로를 개척했다.
정밀기계, 반도체, 전기, 전자, 정보통신, 전파, 제어계측 등 염수, 충격, 온도, 습도에 민감한 소재·부품·장비 화물이 주요 운송 대상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처럼 운송 과정에서 흔들리거나 하역 과정에서 충격이 받을 수 있는 화물을 파손없이 원상태 그대로 유지하며 배송한다.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은 29일 “코리아 랜드브릿지를 구축해 한·중·일 3국의 바닷길을 연계하는 해양고속운송 서비스를 확대, 한-일 무역 분쟁의 파고를 넘겠다”고 경영 전략을 밝혔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 이어 최근 한-일 무역 분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기민한 미래 예측과 한발 앞선 대응으로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며 동북아시아 해상무역을 장악한 김 회장을 만났다.
-29년 이상 국내를 넘어 동북아 해상운송 시장을 이끌어 온 비결은 무엇인가.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먼저 행동한 것이 주효했다. '크루즈페리'에 이어 '국제크루즈'를 국내에선 처음으로 선보였다. JR와 연계해 일본 전역에 화물운송망을 구축한 것도 한국 첫 사례다. 끊임없이 고객 수요에 맞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고, 신속 정확한 운송서비스를 제공했다. 2개 엔진을 가동하는 여객선으로 화물을 운송해 컨테이너선보다 두 배 빠르며, 선박은 더 커서 더욱 많은 물동량을 나를 수 있다. 하룻밤에 부산에서 일본으로 건너는 물류시스템을 구축, 항공화물과 견줘도 손색없는 초고속 해상화물운송 시장을 개척했다. 합리적 가격에 신뢰도 높은 화물운송서비스로 한·일 양국에서 수출입 수요를 만족시켰다.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동북아 역내 무역량이 증가, 한·일 양국 고객사를 위한 물류망을 한·중·일 3국으로 확대했다.
-1997년 IMF,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등 수많은 대외 위기를 극복한 점이 인상 깊다.
▲어려운 의사결정 순간마다 '붕정만리 기불탁속(鵬程萬里 飢不啄粟)', 즉 '큰 새는 먼 길을 날아가는 도중에 배가 고파도 좁쌀은 쪼아먹지 않는다'는 고언을 되뇌었다. 여객선 기준 화물운송으로 어떤 외부 변수에도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결심했다. 여객선의 생명은 정시 출발, 정시 도착이다. 배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확히 사람과 화물을 싣고 도착해야 한다. 화물이 가득 차지 않아도 배는 가야 한다. 작은 박스 하나만 싣고 다닌 적도 있다. 경기와 상관없이 고객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정직하게 대응하다 보니 일본계 대형 선주사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4~5년 걸쳐 일본에 구축한 항로를 지속해서 안정 운영을 하고 있다. 화물이 여객과 함께 오가기 때문에 통관 지연 없이 배송 시간이 정확하다. 적자 운행 시기를 이겨내고 이제 화물운임비가 배 1척에 평균 10만달러를 넘는다. 화물운송 중심 여객선 사업은 팬스타그룹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지난 29년 동안 해상무역을 하면서 가장 예측·대응이 어려운 일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가.
▲한·일 간 정치적 변수나 거시경제 문제는 무역업에 종사한다면 늘 주시하고 대비해야 하는 사안이다. 재해재난도 마찬가지겠지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은 피해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었다. 후쿠시마 북부 첨단산업 단지가 무너지고 일본 국가 전체가 패닉에 빠지면서 대외무역에 큰 여파가 있었다. 수많은 일본 고객사와 관련 한국 고객사가 난관에 빠져 팬스타그룹 수장으로서 고민도 깊어졌다.
어느날 군산에서 저녁식사 후 차를 타고 부산에 오는데 두 시간 반 만에 도착했다.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믿기지 않은 상황이었다. 2012년 여수박람회를 앞두고 호남 지역 고속도로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더욱 빠르고 안정감 있게 영호남 간 육상운송이 가능해졌다. 동일본대지진으로 일본 물동량이 급격히 줄면서 중국으로의 대체 항로가 필요하던 시기에 이거다 싶었다. 군산~부산 간 육상 노선으로 산둥~군산, 부산~오사카 간 해상 노선을 잇는다면 중·일 간 완벽한 고속 해상·육상 복합화물 노선이 완성된다고 확신했다.
세계 2·3위 경제 대국인 중국과 일본 중간에 위치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 '팬스타 코리아 랜드브릿지'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중국 산둥반도에서 일본 오사카로 가는 페리운송 사업이다. 토요일 저녁에 중국 산둥에서 배를 띄우면 일요일 아침 군산에 도착한다. 트럭에 실린 화물이 고속도로를 달려 일요일 점심이면 부산항 여객선에 실려 이튿날 일본 오사카에 도착한다. 중국에서 금요일 제품을 출하하면 월요일 아침 일본에서 물건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산둥성에서 일본 오사카, 도쿄, 쓰루가까지 사흘 이내에 도착한다. 기존 중·일 간 항공운송 화물서비스와 동일한 리드타임 40시간 이내에 수송, 물류비를 대폭 절감했다.
-최근 한-일 무역 분쟁 영향을 피부로 느끼는가.
▲양국 간 무역 첨병 역할을 해 온 만큼 누구보다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가 감소한 여객 분야는 타격이 있지만 화물 분야 영향은 미미하다. 전반에 걸쳐 극복 가능한 수준이다. 자체 터미널을 기반으로 고객맞춤 서비스가 가능한 덕분이다. 오히려 최근 일본의 주요 화주가 팬스타그룹으로 화물운송 위탁 사업을 일원화하자고 제안해 왔다. 국내 일부 대기업도 유사한 결정을 내렸다. 미-중 무역전쟁, 한-일 무역 분쟁으로 전체 해상 물동량은 줄었지만 항공운송보다 저렴하고 자체 터미널로 정시에 빠르게 화물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팬스타그룹의 물동량에 미치는 영향은 약하다.
팬스타그룹은 오사카시 항만국과 협상해 매년 오사카 터미널 독점운영권을 갱신하며 자체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옆 터미널은 부두가 완전히 비어야 다음 배가 사용할 수 있어 대기 시간이 기약없이 길어질 수 있다. 팬스타그룹은 불필요한 대기 시간 없이 화물이 출항 직전에 도착해도 선적할 수 있다. 부산에서 오사카까지 주 3회 운항한다. 운송에 18시간 걸리고 하역까지 24시간 안에 마무리된다.
한·일 간에 물동량이 줄어도 중·일 간 거래는 지속된다. 한·중·일 3국 간 '팬스타 코리아 랜드브릿지'가 안정 구축돼 양국 간 무역 경색이 일어나도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분쟁으로 한·중 간에 줄어든 노선을 중·일 노선으로 극복했듯 무역 분쟁으로 한·일 간에 줄어든 물동량을 회복하고 있다.
-경기 위축과 함께 오히려 팬스타그룹 특급 화물운송서비스의 진가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팬스타그룹은 화물선이 아니라 여객선 기반 화물운송 서비스로, 항공운송과 비교해 속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한·중·일·러 극동아시아 권역에서 특급 화물운송서비스로 항공화물을 대체할 수 있다. 항공기는 운행 시간은 짧은 반면에 기상 악화, 기체 결함, 폭발물 신고 등 외부 변수가 발생하면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 하역·분류까지 하다 보면 하루로 모자란다. 해상통관은 공항과 달리 신속하다. 특히 팬스타그룹은 자체 터미널이 있어서 더 빠르다. 항공운송보다 비용이 저렴해 항공사와 가격 경쟁을 하면 고객사에 가격 혜택이 돌아간다.
-최근 수소친환경에너지 연구소를 오픈했다. 기존 해상·육상운송 사업과 비교하면 큰 폭의 변화다.
▲지난 10일 수소친환경에너지연구소를 오픈했다. 경제·환경 측면에서 최고의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를 얻기 위한 사업이다. 화석에너지로 수소를 얻는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갈탄은 석탄에 비해 휘발분이 적고 고정 탄소분이 낮아서 수소 생산 수율이 높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어 수소를 환경 친화형으로 생산할 수 있다. 산·학·연·관 합동으로 실행계획과 로드맵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팬스타그룹은 물류 전문 기업의 특성을 살려 향후 부산에 수소 저장 물류기지를 구축, 수소 운송 사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신규 사업은 있는가. 내년이면 창립 30주년이다. 향후 30년은 어떤 다짐으로 팬스타그룹을 이끌 것인가.
▲여객을 위한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선내 애플리케이션(앱) '컨커러'를 개발하고 있다. 컨커러는 정복자라는 뜻이다. 약 30년 동안 화물·여객 분야에서 쌓아 온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빅데이터 사업을 그룹사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항공 분야를 제외한 물류 관련 모든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정보기술(IT)과 융·복합, 끊임없이 차별화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가 선두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이미 뒤처지기 시작한다. 팬스타그룹의 기업 철학은 '도전'이다. 앞으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가짐으로 고객의 수요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넓은 바다를 향해 과감히 항해하겠다.
<팬스타그룹은>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은 1981년 부산 가야고를 졸업한 후 성균관대 토목공학과에 입학, 1986년에 졸업했다. 1999년 성균관대 무역대학원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6년 성균관대 무역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학 졸업 후 해운회사에 근무하다 1990년 팬스타엔터프라이즈를 설립, 해운업에 뛰어들었다.
1999년 중소기업인상, 2002년 무역진흥대상, 2005년 대통령 표창, 2009년 무역의날 2000만불 수출탑, 2017년 석탑산업훈장 등을 수상했다. 2014년 한국무역학회 부회장, 2017년 KBS시청자위원회 위원장, 2017년 해양연맹 8대 총재에 취임한 후 연임에 성공해 현재까지 역임하고 있다.
팬스타그룹은 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연매출 1800억원을 올리며 한·일 양국에 임직원 520명이 종사하고 있다. 181TEU, 210TEU급 페리 1척, 264TEU급 페리 2척, 184TEU급 크루즈페리 1척 등 선박 5척을 운영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기업 팬스타엔터프라이즈가 자동차정비기기, 크루즈, 수소연구소를 담당하고 있다. 팬스타는 국제물류주선업, 팬스타라인닷컴은 선사, 팬스타신항국제물류센터는 창고, 팬스타트리는 선박·선원 관리, 팬스타테크솔루션은 선박 친환경설비 엔지니어링을 각각 담당한다. 산스타라인은 일본 현지법인이고, SP트레이딩은 무역을 담당하고 있다.
팬스타그룹은 복합 여객운송 사업, 외항 화물운송 사업, 통관·내륙 운송 사업, 친환경 선박 엔지니어링, 선박관리, 자동차 정비기기 제조업 등 사람과 화물이 움직이는 모든 노선을 개척하고 있다. 일관수송체제, 육상운송, 보세창고, 하역, 터미널운영, 해상운송, 통관, 대리점, 일본 철도운송까지 가능하다. 도어투도어 완벽 서비스로 고객 만족을 추구한다.
<팬스타그룹 연혁>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