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비중 '36.4%' 12년 만에 최고…정부·통계청은 “조사기준 강화 탓”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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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이 2007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36.4%를 기록했다. “고용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 주장이 무색해지는 통계다.

정부와 통계청은 올해 강화된 기준을 적용, 종전 포착하지 못했던 기간제 근로자가 대거 포함됐기 때문에 과거 통계와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비정규직이 대폭 늘었기 때문에 고용의 질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19년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748만1000명으로 임금근로자 중 36.4%를 차지했다.

작년보다 비정규직 인원은 86만7000명, 비중은 3.4%포인트(P) 늘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비정규직 비중은 2007년(36.6%, 3월 기준)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다. 반면 정규직 인원은 작년(1343만1000명)보다 35만3000명 줄어든 1307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정부와 통계청은 과거 통계와 시계열 비교를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종사상 지위분류 개정안 적용을 위한 조사 항목 추가로 종전 포착되지 않았던 기간제 근로자가 비정규직에 대폭 포함됐다는 것이다. 근로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근로자에게 고용 예상기간을 추가로 질의해 상당수 응답이 '기간 정함이 있다'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올해 부가조사와 작년 결과를 증감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하다”면서 “이런 증감 비교는 이용자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계청이 통계 발표 당일에야 기준 변경 여부와 시계열 비교 불가 사실을 알리면서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다. 또한 기준 변경에 따른 영향을 배제해도 비정규직 인원이 대폭 늘었기 때문에 그간 정부가 주장해온 '고용 질 개선'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통계청은 이번 기준 변경으로 기간제 근로자로 포함된 인원이 35만~5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대치인 50만명을 제외해도 올해 비정규직 인원(698만1000명)은 작년보다 36만7000명 많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취업자 수가 전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비정규직이 그 비율만큼 늘어났다”면서 “최근 재정 일자리사업 확대, 기타 제도·관행 개선 요인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연령계층별로 비교했을 때 비정규직은 60세 이상(25.9%), 50대(21.0%), 20대(18.2%)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60세 이상 비율은 작년보다 1%P 늘었다. 정부 '노인일자리' 사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임금근로자 2019년 6~8월 월평균 임금은 264만3000원으로 작년보다 8만5000원(3.3%) 증가했다. 정규직은 월평균 316만5000원을 벌 때 비정규직은 172만9000원을 벌어 차이가 143만6000원에 달했다. 다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작년 대비 월평균 임금 증가율은 각각 5.2%로 동일했다.

김 차관은 “비정규직 규모 감소, 근로여건 개선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면서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 고용 원칙하에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민간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확대해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