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상온에서 양자입자 응축·제어 기술 개발

극저온 환경이 필수였던 양자입자 활용을 상온에서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양자입자를 활용한 첨단 연구 문턱을 낮추고 신기술 구현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신성철)은 조용훈 물리학과 교수팀이 상온에서 '엑시톤-폴라리톤' 양자입자를 응축하고, 움직임을 제어하는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양자입자는 빛과 물질이 가진 장점을 모두 가진 중간상태 입자다. 빛처럼 빠르게 움직이면서 주변과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이 성질을 활용하면 빛 방향을 인위적으로 원하는 곳으로 바꾸는 비선형 광소자 구현이 가능해진다. 엑시톤-폴라리톤이 대표 양자입자다.

반도체 육각형 막대구조를 활용해 엑시톤-폴라리톤을 응축, 제어하는 과정.
반도체 육각형 막대구조를 활용해 엑시톤-폴라리톤을 응축, 제어하는 과정.

기존 연구에서는 비소화물 기반 반도체로 엑시톤-폴라리톤을 구현했다. 거울 반사를 활용, 빛을 반도체 내에 오래 머물게 하는 방법을 썼다. 반도체 안에 갇힌 빛은 이곳의 엑시톤과 결합, '엑시톤-폴라리톤'이 된다.

문제는 엑시톤이 상온에서는 쉽게 사라진다는 점이다. 극저온 환경에서만 엑시톤-폴라리톤이 장시간 존재할 수 있었다. 엑시톤을 상온에서도 유지시키는 질화물 반도체를 쓰는 방법이 있지만, 이 반도체는 빛 반사 정도를 원하는 수준으로 구현하기 어려워 엑시톤-폴라리톤 제어에도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질화물 반도체에 '육각형 마이크로 막대구조'를 적용, 문제를 해결했다. 이 막대구조는 전 방향으로 빛을 반사한다. 원하는 반사 정도를 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들어낸 엑시톤-폴라리톤에서 낮은 온도에서나 볼 수 있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남을 확인했다. 양자입자를 응축하고 제어할 수 있었다.

조용훈 KAIST 교수, 송현규 박사과정
조용훈 KAIST 교수, 송현규 박사과정

절대 영도인 영하 273도 근처에서 구현 가능했던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현상'을 상온에서 생성해 냈다. 이 현상은 여러 개 입자가 마치 하나처럼 움직여 응축되는 것을 뜻한다.

원하는 방향으로 빛을 보내거나 한 곳에 고정하는 제어도 가능했다. 이 특성은 중요한 양자현상 제어 요소다. 이들 특성을 활용해 구동전류가 극히 낮은 고효율 레이저나 광소자, 양자역학 해답을 얻는 '양자 시뮬레이터'를 만들 수 있다.

조 교수는 “상온 엑시톤-폴라리톤 플랫폼으로 복잡한 저온 장치 없이 기초연구 문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기술이 다양한 양자 광소자에 활용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