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가 마침내 '투명 폴리이미드(PI)'의 메이저 스마트폰 회사 공급에 성공했다. 투명 PI는 코오롱이 10년 넘게 연구개발(R&D)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가 다음 달 15일 중국에서 시판하는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에 코오롱인더스트리 투명 PI가 탑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메이트X는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의 첫 번째 폴더블폰이다. 8인치 디스플레이에 화면이 바깥쪽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디자인이 적용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투명 PI는 디스플레이에 부착돼 외부 충격으로부터 화면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슈퍼엔지니어링플라스틱의 일종인 투명 PI는 열과 충격에 강하면서 유연한 것이 특징인 소재다. 충격에 깨지는 유리와 달리 투명 PI는 접거나 돌돌 말 수 있기 때문에 폴더블 스마트폰이나 롤러블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 화면을 보호하는 커버윈도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코오롱은 2006년 투명 PI 개발에 처음 뛰어들었다. 색이 없는 PI를 개발하면 유리를 대체하는 등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해 개발에 착수했고, R&D 10년 만인 2016년 투명 PI 개발에 성공했다. 코오롱은 이후 본격 사업화를 위해 900억원을 투자, 2018년 업계 최초로 투명 PI 양산 공장도 건설했다.
그러나 공급이 문제였다. 폴더블폰 개발 프로젝트에 빠짐없이 참여할 정도로 기술력은 인정 받았지만 폴더블폰이 전례 없던 제품이고, 개발이 쉽지 않다 보니 출시가 지연되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에 번번이 속앓이를 해야 했다. 화웨이 메이트X 역시 미-중 무역 분쟁 영향으로 수차례 출시가 지연되다 11월 15일로 겨우 확정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화웨이에 공급하는 투명 PI 규모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메이트X가 200만원이 넘는 고가이고, 중국 내에서만 한정 판매되기 때문에 코오롱인더스트리 투명 PI 공급 물량 역시 제한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화웨이 공급은 국내 기술로 개발된 차세대 핵심 소재가 상용화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코오롱 투명 PI는 화웨이보다 앞서 중국 로욜 폴더블폰에 적용된 적이 있다. 그러나 로욜은 스마트폰보다 디스플레이 회사에 가깝고, 이 회사 폴더블폰은 실험 성격이 강했다.
투명 PI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아웃폴딩은 폴더블 가운데에서도 더 많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라면서 “메이트X 품질이 어떤 수준인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국내 소재 업계에도 의미 있는 공급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에도 투명 PI가 적용됐다. 이 투명 PI는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공급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투명 PI는 조만간 다른 폴더블 스마트폰에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13일 공개가 예고된 모토로라의 폴더블 스마트폰에도 코오롱의 투명 PI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모토로라 폴더블폰은 상하 화면이 안쪽으로 접힌다. 과거 모토로라의 '레이저'와 같이 폴더폰과 유사한 형태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 측은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