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화학산업은 1972년 울산 석유화학단지 준공 이후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전체 수출의 8.3%를 차지하고 세계 5위 위상을 갖춘 핵심 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수요 위축과 글로벌 공급과잉 우려 등 다양한 위협에 직면해있다. 특히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화학산업 중요성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동시에 우리 화학산업이 취약한 부분이 무엇이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하는지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일본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 생태계를 구축해야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전자신문은 '제11회 화학산업의 날'을 맞아 한국석유화학협회와 공동으로 국내 대표 화학기업 연구개발(R&D)을 이끄는 연구소장을 비롯한 전문가와 함께 대한민국 화학산업 현황을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강경보 롯데케미칼 연구소장(전무)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
△이상욱 한화케미칼 중앙연구소장
△이재흥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위원
△조용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한장선 LG화학 석유화학연구소장
※사회=양종석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
<화학산업, 위기이자 기회…고부가 소재로 대응>
◇사회(양종석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7월부터 본격화된 일본 수출규제로 국내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화학산업은 셰일가스 등 저원가 가스화학제품 비중 확대, 중국 자급률 상승에 따른 글로벌 공급 증가 위협도 함께 겪고 있다.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정유업계가 석유화학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경쟁국들도 치밀하게 대응하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최근 시장 동향과 중장기 전망은 어떤가. 이에 따른 위협요인과 각 기업의 대응방안도 궁금하다.
◇한장선(LG화학 석유화학연구소장)=일본 수출규제는 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 집중이 돼있기는 하지만 다른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기업들은 일본에 의존하는 소재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지속 마련해나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결국 경제성장률 또는 수요 위축과 관련된다. 화학산업은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난달 발표된 8월 국내 수출금액은 442억달러로 작년 대비 약 13.6% 감소했다. 세계 경기 위축 영향이 직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물량 기준으로는 반등 기미가 조금씩 보이기는 하지만 만약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된다면 회복 속도가 더뎌지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강경보(롯데케미칼 연구소장)=미·중 갈등은 단기적으로도 위협이지만 결국 국가 간 주도권 싸움이어서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또 미국이 셰일가스에서 생산하는 에탄 원가 경쟁력이 납사(나프타)에 비해 높기 때문에 납사 기반 석유화학 산업이 굉장한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미국에 진출해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에탄을 분해해 납사 이외에 저가원료를 확보하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 천연가스가 풍부한 우즈베키스탄에도 진출해 저가원료 수급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자급률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중국에서 못하는 스페셜티 제품 개발에 집중을 해야한다. 중국 이외에 시장을 찾기 위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정유사가 석유화학 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큰 이슈다. 원유에서 바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COTC(Crude-Oil-to-Chemicals)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현대오일뱅크와 혼합자일렌(MX)과 경질납사를 생산하는 합작사를 만들고 GS에너지와 비스페놀A(BPA)와 C4 유분 제품을 생산하는 합작사를 만드는 등 정유사와 협력적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이상욱(한화케미칼 중앙연구소장)=정유사가 석유화학 분야로 진출하면서 범용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기존 석유화학 기업 주력인 범용소재 분야에 정유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들어오니 석유화학 업계는 근본적으로 변화를 해야 한다고 느낀다.
폴리올레핀 같은 범용소재는 그동안 축적된 기술 가지고 스페셜티화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폴리올레핀 물성은 촉매에 의해 결정된다. 촉매 기술은 하루 이틀에 나오는 결과물이 아니고 석유화학 업계가 정유사 대비 핵심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스페셜티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셰일가스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미국 등 저가 원료가 있는 곳에서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셰일가스 영향을 안 받는 C4나 C5 등 다운스트림으로 가는 노력도 한다. BTX(벤젠·톨루엔·자일렌 등 방향족 화학제품)도 마찬가지로 고부가 제품을 지속 개발하며 산업용 첨가제로 쓰이는 수첨 석유수지 등 기존과 다른 설계를 통해 새로운 물성을 나타내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화학업계 '애증의 일본'…수출 규제 이후 국내 독자 R&D 생태계 조성 과제로>
◇사회=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100일이 지난 지금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이 빠르게 진행되며 위기가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현재 상황에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필요성과 의미는 어떻게 보고 있나.
◇이재흥(한국화학연구원 연구위원)=일본은 오랜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 수요 업체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번 대책을 마련하면서 일본을 견제한다는 측면보다도 우리 스스로 화학 소재 현황과 기술 수준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표 수요 기업인 삼성, LG, 현대 같은 세계적 기업은 항상 최고 소재만 고집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신제품을 개발을 한다고 해도 초기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테스트를 잘 해주지 않았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그동안 미흡했던 수요·공급 기업 간 협력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조용원(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일본 수출 규제 이후 우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대응하는 화학산업 역량을 보여주면서 외부 충격을 막고 대국민 의식이 제고됐다. 국산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소재·부품·장비 종합 대책이 나오고 일몰 위기였던 특별법이 연장되기도 했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비교우위에 기반한 국제적인 무역 질서라는 측면에서 기술 국산화만 강조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우리가 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초격차 전략이 필요한 정밀화학제품 같은 경우는 수요자도 적고 공급자도 적은 '얇은 시장(thin market)'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맞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상욱=일본은 오랜 시간 R&D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그 역량에 놀랄 때가 많다. 이웃나라다 보니 좀 더 치열하게 경쟁을 하는 측면도 있다. 예전에는 우리 원천기술이 약하니까 카피를 위주로 했다고 하면 지금은 재설계를 해서 일본 유수 제품 성능을 넘어서는 형태로 R&D를 하고 있다. 이것이 기회이자 변화인 것 같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을 보면 자체적으로 역할을 분담해서 굉장히 큰 R&D 독자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대한민국은 일본과 음으로 양으로 해왔던 부분이 있다. 그게 단절되니 우리의 독자 R&D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까 하는 고민이 남는다.
미국이나 유럽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개별기업 역량만 가지고 될 일인지, 아니면 중국·일본과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중장기 R&D 계획을 세우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개별 기업이 고민하기보다 국가 차원에서 고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회=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우리 산업계의 높은 대일의존도가 문제로 지적됐다. 일본이 앞서있는 경쟁국이기는 하지만 우리 힘으로 상당 품목을 국산화 한 사례들도 있다.
◇한장선=석유화학 분야는 촉매를 중심으로 반응기를 설계하고 반응기에서 나온 물질 분리하는 수순으로 공정이 이뤄져있다. 촉매가 핵심 기술이다. 이를 확보해야 기술독립을 할 수 있다. 아크릴산 제조용 촉매를 예로 들면 초반에는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했다. LG화학은 2000년대 초반에 촉매를 자체 개발했고 이후 공정을 확립하고 이 부분을 자체적으로 내재화했다. 추가로 무기촉매나 유기촉매 나아가 유기중간체를 내재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고 일부 성과도 있다.
◇강경보=롯데케미칼 역시 촉매 자급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진행해왔다. 200만톤이 넘는 폴리올레핀 생산에 많은 촉매가 사용된다. 폴리에틸렌(PE) 분야는 3종 정도 대체를 한 상태다. 폴리프로필렌(PP) 같은 경우도 많은 부분이 자급화가 돼있다. 우즈베키스탄이나 말레이시아 쪽으로 일부 수출도 하고 있다.
다만 조사를 해보니 몇 개 제품이 당장 일본산 대체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일부 반응기가 수만개 이상인데 이를 하나하나 바꾸려면 촉매를 대체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기술적 어려움은 있지만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도 하나씩 바꿔가고 있다.
◇이상욱=한화케미칼이 국산화를 추진하는 제품 중에 이번 수출규제 이전에도 일본에서 제한적으로 자국 다운스트림에만 공급하던 소재가 몇 가지 있다. XDI(자이릴렌 디이소시아네이트)가 대표적이다. 일본 미쓰이가 독점 생산하고 일본 렌즈 업체에 공급해 고급 렌즈를 생산해왔다. 한화케미칼은 사업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소업체와 상생 차원에서 제품을 개발해 공장을 지었다. 개발 과정에서 중소업체와 협력이 잘 이뤄져 다른 제품 R&D보다 속도가 빠르다. 내년 초 시운전을 시작하는데 6개월 이내 풀캐파 생산이 가능할 것 같다. 염소화폴리염화비닐(CPVC) 같이 기존 일본에 의존하던 품목도 공장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국산화를 위해서는 자체 공정을 개발 해야하고 공정개발 하려면 반드시 촉매가 필요하다. 중합촉매는 국내에 전문화돼있는 업체가 있지만 석유화학 촉매는 국내에 전문화 업체가 형성이 안 돼있다. 100% 우리 기술이더라도 1년에 50톤이든 100톤이든 상업 생산을 하려면 결국은 일본 업체로 가야한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
국내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나 고민이 필요하다. 예전에 일본과 일을 했을 때는 고민하지 않았던 문제이지만 지금은 고민해야한다. 독자 생태계를 만드려면 지금과는 다른 노력을 기울여서 시스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화학업계 투자 애로 사항은?>
◇사회=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내 화학업계는 18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 투자나 R&D할 때 가장 큰 애로가 무엇인가. 근로시간 단축, 온실가스 감축 의무, 화평법, 화관법 등 규제 영향 등이 있을 것 같다.
◇이상욱=연구소 입장에서 보면 근로시간 단축이 상당히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근무시간을 강제로 제한하지 않아도 충분히 자율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경쟁은 우리끼리 하는 게 아니고 세계적으로 더 큰 회사들과 하는데 손발을 떼어놓고 일을 하는 기분도 든다. 근로시간을 포함해 국내 산업 생태계가 가진 구조적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국내 산·학·연 시스템을 정비하고 가야하는데 감정적인 호소로 끝나는 느낌이 든다.
◇한장선=근로시간 단축, 온실가스 감축, 화평법·화관법 등은 시대적 큰 흐름으로 그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는 생각한다. 기업이 잘 맞춰서 해나갈 필요도 있다. 다만 제도 시행에 있어서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면 기업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해주면 좋겠다. 정책에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탄력적 근무시간제는 화학업계에는 연장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납사분해시설(NCC) 공장 같은 경우 정기적으로 대규모 정비가 필요한데 인력 수급 등에 어려움 있다. R&D 같은 경우에도 평소 실험 이외에 장기적으로 평가를 해야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좀 더 유연성을 가지고 근로시간을 적용해줬으면 한다.
화관법 같은 경우 4월 개정안 의결은 됐는데 세부적인 사항은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하위법령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화학 업계 의견도 청취해주길 바란다.
◇강경보=시대적 흐름 자체가 이른바 '워라밸'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데 동의한다. 대신 일하는 동안 어떻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연구원은 자율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한 만큼 자율성을 강조하고 제도적으로는 유연근무제, 선택근무제 등을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상욱=온실가스 감축 같은 이슈는 처음에는 짐으로 작용하지만 언젠간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의무사항이 매년 있다 보니 공정 고도화나 제품 고도화에 노력하게 되고 기술이나 제품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게 된다.
리사이클이나 친환경 이슈는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많은 진전을 이룬 선진 업체가 무기화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등 해외 선진 업체가 동일한 제품에 대해 어떻게 하고 있고 어떤 상업화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신경 쓰고 있다.
다만 규모가 크고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 같이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각 사가 연구원을 투입해 상업화 요소 기술을 개발하기에는 힘든 점이 있다. 생태계 구축 차원에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 전체가 논의하는 자리가 만들어지면 막연한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김평중(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순환경제 이슈가 대두되고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 이후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로 비슷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생겨나고 있다. 전체 석유화학 수요의 60~70%를 차지하는 것인 PE·PP 같은 플라스틱 원료인데 당장 수요가 줄어드니 문을 닫게 생긴 업체도 있다. 협회 차원에서도 고민을 하고 있지만 각 사마다 방향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각 기업 R&D 담당자들이 교류하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플라스틱 이슈는 △미세플라스틱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플라스틱 재활용 등 크게 세 가지다. 미세플라스틱 부분은 다부처 사업으로 대규모 R&D 사업과 정책이 함께 가고 있다. 재활용은 기술 개발도 매우 중요하다. 해외에서는 플라스틱 생산량 일정 부분을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나 재활용 플라스틱 의무화 시키고 있기 때문에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미세플라스틱 뿐만 아니라 재활용까지 포함해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것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차세대 소재 R&D 방향은…수요업체와 협력이 중요>
◇사회=지금까지는 국산화와 자급률이 더뎠던 부분이 있는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신소재 개발을 도모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이재흥=범용소재 개발은 국내 기술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게 전자산업 등에서 쓰이는 특수 소재다. 이런 소재 개발하려면 평가가 상당히 중요한 이슈가 된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적 업체들이 있고 소재를 공급하는 중견·중소기업 업체들이 있는데 평가를 받기가 굉장히 어렵다. 오히려 일본 업체는 역사가 오래돼 자체 평가 기술도 있고 우리나라 수요 업체와도 오랜 관계가 있어서 꾸준히 평가를 받으며 구축된 것이 있다.
결국 수요 업체와 공급 업체 간 어떻게 협력관계를 만들어 갈 것이냐가 문제다. 우선 수요기업이 오픈해야 한다. 앞으로 개발 방향에 대한 정보나 로드맵을 어느 정도 공유해줘야 소재 업체도 성장할 수 있다.
소재 업체가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평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국가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적합성 테스트나 공정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가 있어서 신뢰성을 확보하면 국내외 수요 업체에 공급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전문업체를 키워야한다. 독일은 매출 1억~10억달러 규모 중견 전문업체가 많아 스스로 기술을 공급할 수 있고 수요업체와 대등한 관계에서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조용원=맨 앞에 R&D가 맨 끝에 양산이 있다고 하면 중간이 비어있다. 이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관련 기술을 데이터베이스(DB)화 해놓은 장터 같은 모델이 있으면 관심 있는 기업이 추가하는 식으로 발전시켜 나가며 양산까지 나가는 모델이 있으면 어떨까 한다.
<화학업계도 인재 확보에 올인…'오픈 이노베이션' 중요>
◇사회=어느 산업 분야든 결국엔 사람 문제로 귀결이 된다. 우수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고 확보하느냐가 산업의 미래와 직결된다. 각 사별로 인재 확보와 육성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전략을 소개 해주시면 좋겠다.
◇한장선=그룹 차원에서 인재 확보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외 우수인재를 초청해서 그룹 내 모든 경영진들과 대화하고 회사를 소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거점별로 사업 또는 연구에 필요한 우수 인력을 CEO와 사업본부장, 연구소장이 직접 현지에 가서 만나는 캠퍼스 투어도 진행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각 대학이나 연구소 우수인재와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채용하거나 사내 연구인력이 실험실을 방문해 학생과 대화하고 직접 채용하는 투어도 하고 있다.
◇강경보=오픈 이노베이션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전문가 리스트를 만들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젊은 연구원은 수도권을 선호하기 때문에 서울 마곡에 중앙연구소도 마련해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들어온 직원은 우리 때 배웠던 석유화학 공정이나 분리, 고분자 이런 부분보다 태양광이나 배터리 같은 응용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내에서 폴리머스쿨이나 케미컬스쿨 등을 개최하고 교수들을 초청해 교육도 하고 시험도 보고 있다. 학교에서 못하는 인재 육성에 대한 부분을 기업이 채워나가는 것도 있다.
◇이상욱=국내 대학과 유기적 관계를 만들기 위해 카이스트,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5개 대학과 5년 이상 장기 R&D 계획을 만들었다. 필요한 신기술 도움도 받고 박사과정 학생들과 사내 연구원이 긴밀하게 협업하면서 산학장학생으로 채용하는 식으로 인재 확보를 하고 있다. 미국 내 한인 과학자 협회와도 지속 협업하며 현지 신진교수들과 R&D를 진행하고 유능한 인재를 뽑으려고 한다. 유능한 인재가 들어와서도 자신의 역량이 향상된다는 만족감을 주기 위해 연구소 조직도 고유역량 중심으로 개편했다.
◇이재흥=대기업들은 인력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 중소·중견 기업은 인력이 전문화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대학에서도 첨단 교육보다 실제 산업에 필요한 기본 교육을 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합성이나 중합 같은 기술을 갖춘 인재가 배출돼야 중소·중견기업에도 인력 수급이 되고 산업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가적으로 고민할 문제다.
◇한장선=동감이다. 소·부·장 대책을 하려면 거기에 관련된 인력이 잘 육성돼야한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게 화학 또는 석유화학 관련된 요소기술이 유기합성, 무기합성, 촉매, 공정, 고분자 관련 제반 지식인데 점점 학교에서도 이런 강의를 하는 교수들이 줄고 있다. 업계도 노력하겠지만 정부에서도 발을 맞춰 주면 좋겠다.
정리=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