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면세점, 해외에서 돌파구 찾는다

롯데면세점 베트남 다낭공항점
롯데면세점 베트남 다낭공항점

국내 면세업계가 해외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낸다. 사업 다변화를 통해 볼륨을 키우고 보다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출혈 경쟁 속 낙마하는 사업자가 늘면서 국내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인식도 커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2020년 해외에서만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올해 1월 오세아니아 지역을 시작으로 7월 베트남 하노이공항점에 이어 최근에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사업권을 따내며 해외 사업장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창이공항점에 연내 오픈을 앞둔 다낭시내점까지 합하면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해외면세점은 15개로 늘어난다. 작년 해외 사업장이 7개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새 매장 수가 2배로 늘었다.

특히 이번 창이공항 주류·담배 사업장의 경우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해외 사업장 중 가장 큰 규모로 6년간 약 4조원의 매출이 기대된다. 해외 매출 성장세도 가파르다. 2014년 550억원이던 롯데면세점 해외 매출은 지난해 24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연매출 7000억원 달성은 물론 2020년 목표치인 매출 1조원 초과 달성도 거뜬할 전망이다.

롯데보다 한 발 앞서 해외매출 1조원 고지를 달성한 신라면세점은 미주 지역까지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최근 1억2100만달러(약 1420억원)에 미국 면세점 '3Sixty' 지분 44%를 취득했다.

추가 콜옵션을 행사하면 경영권을 인수하는 형태다. 현재 5곳인 해외 사업장도 최소 8배 이상 늘리게 됐다. 아시아 3대 공항에 안착한 데 이어 수익 기반을 미주 지역까지 넓힌 신라면세점은 글로벌 3위 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했다.

국내 면세점들이 해외 진출을 서두르는 것은 중국 고객에 의존하는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리스크 분산 측면에서 해외 시장에 힘을 싣겠다는 접근이다. 기형적 수익구조로 인한 불확실성과 과도한 특허수수료 등 규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중국인 보따리상을 유치하기 위해 불붙은 송객수수료 경쟁은 치킨게임을 불러 일으켰다.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철수한 한화에 이어 두산마저 6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업계에선 단일 점포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이나 해외 사업장이 전무한 신세계면세점 역시 중장기적 측면에서 해외 진출을 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내와 공항을 중심으로 국내 사업장을 빠르게 늘린 신세계면세점은 중장기적으로 해외 면세점 진출을 시도한다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시내면세점에 이어 공항 면세점과 해외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