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관치·불편·쥐꼬리 혜택...SPC제로페이는 과연 걷어낼 수 있을까?

제로페이 플랫폼 운영 계획(자료-한국간편결제진흥원)
제로페이 플랫폼 운영 계획(자료-한국간편결제진흥원)

제로페이 운영권이 민간법인으로 이양되면서 그간 부정적 여론을 걷어낼 수 있을지 초미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전히 상황은 좋지 않다. '관치페이' 프레임은 여전히 잔존하고 사용 확대도 더디다. 최근에는 대형 간편결제 사업자가 제로페이 플랫폼을 자사 사업에 악용하고 있다는 가맹점주 원성이 공론화되면서 여론은 더욱 냉담하게 변하고 있다.

이 날 간담회에서 윤완수 이사장이 직접 나와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제로페이를 향한 여론 전환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럼에도 제로페이가 민간 SPC로 전환되면서, 보다 탄력적이고 혁신적인 서비스와 사업이 굴비처럼 줄줄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간담회에서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은 상당 시간을 '직불결제망 구축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할애했다.

윤 이사장은 “한국 지불결제 시스템은 십수년간 신용카드 밴(VAN)망으로 운영됐고, 스마트폰 기반 직불결제 네트워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며 “이대로 가다간 중국에도 뒤처지는 금융인프라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로페이 관치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이유 불문하고 지금 지불결제 도로망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한국 금융 산업은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한다고 역설했다. 심지어 중국 QR 등 결제 인프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일각에서 신용카드와 제로페이 경쟁으로 바라보는데, 핵심은 카드라는 플라스틱 매체와 스마트폰 매체간 경쟁으로 보는 게 더 적합하다”며 “제로페이가 현재 카드 대비 사용이 불편한 건 맞지만 다양한 편의성을 융합하면 사용 편의성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흥원은 세계 최고 직불결제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SPC법인은 가맹점 확대에 집중하고 부가가치 창출은 사업 참여 주체가 하는 것으로 사업 영역을 명확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범용성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제로페이 청사진(자료-한국간편결제진흥원)
제로페이 청사진(자료-한국간편결제진흥원)

이를 위해 우선 오프라인 제로페이 외에 중장기로 온라인 제로페이 사업 확대도 검토한다.

윤 이사장은 “온라인 제로페이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지만 사업자간 형평성 문제가 있어 지금 당장 결론을 내진 못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개발 작업을 하고 있어 어차피 가야할 길이기에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PC법인 운영에 필요한 출연금 문제도 거의 매듭 단계에 와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SPC 운영 관련 출연금은 은행권과 대형 간편결제 사업자가 절반 정도씩을 부담하는 쪽으로 협의 중”이라며 “100억원 예산 중 70억∼80억원은 납부 확답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 후 필요한 직불결제망 구축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은 정부가 대승적 차원에서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 이사장은 “직불결제망을 까는데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진 않는다”며 “정부가 제로페이라는 도로를 유지보수하는 데 협조해 주길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사의 사업 참여 문제에 대해서도 이사장이 직접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 기자간담회가 4일 서울 중구 연세재단세브란스빌딩에서 열렸다. 윤완수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이사장이 제로페이 향후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한국간편결제진흥원 기자간담회가 4일 서울 중구 연세재단세브란스빌딩에서 열렸다. 윤완수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이사장이 제로페이 향후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윤 이사장은 “제로페이에 신용카드 결제를 붙이는 방안에 대해 막을 필요는 없다”면서도 “결제 플랫폼 차별을 하지 않겠지만, 내부에서 카드결제사업자와의 사업 참여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검토를 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근주 한국간편결제진흥원장은 “SPC 출범은 제로페이를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첫 단추”라며 “법인이 혁신 결제 도로를 깔고 사업 참여 주체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국민 대표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만드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