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2020년에 '제2 벤처붐 조성'을 위해 금융 패러다임을 혁신기업·미래성장성·자본시장 중심으로 전환한다. 금융 부문 면책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모험자본 육성에 맞춰 감독 제도를 개편한다.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와 정부 부처는 5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당정은 기술금융과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핀테크 유망기업 투자 확대 등 금융 패러다임을 혁신기업·미래성장성·자본시장 중심으로 전환키로 했다. 크라우드 펀딩 이용 확대와 코넥스·코스닥 상장제도 개편, 초대형 투자은행(IB) 활성화도 추진한다. 대규모 스케일업 전용펀드를 조성, '예비 유니콘기업 특별보증제도'도 확대한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금융감독 기능 보완 및 금융권 면책제도 개편도 검토한다.
금융위원회는 면책제도 전면 개편 추진 의사를 밝혔다. 면책 범위를 대출 등 여신 업무에 한정하지 않고 투자, 혁신금융 등 주요 금융정책에 따라 면책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는 설명이다. 부정청탁 등 예외 사례가 아니면 면책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추정, 임직원 입증책임 부담을 완화하는 것도 고려키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모험자본 육성을 위한 감독 역량에 초점을 뒀다.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감원은 국가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 모험자본 육성이 필수 과제라고 인식하고 금융위 등과 함께 자본시장 혁신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투자촉진법의 이른 국회 통과와 함께 실리콘밸리식 투자 방식(SAFE)인 '조건부지분인수계약' 도입, 사모재간접펀드 활성화, 대기업과 금융사가 참여하는 민간 모펀드 조성 등을 제시했다.
정부·여당이 내년을 제2 벤처붐 원년으로 지정하고 정책 추진 방향을 설정한 것은 사상 최대의 벤처투자 실적이 가시화됐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문재인 정부 이후 엔젤투자 규모가 급속히 늘었다. 2010년 341억원에서 2017년 3166억원으로 약 10배 증가했고, 2018년에도 5425억원이 투자됐다. 올해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 신규 벤처 투자액도 올해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설법인 수와 벤처기업 수도 각각 10만개와 3만8000개를 넘어서는 등 모두 역대 최고치 달성이 기대된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도 2년 만에 3개에서 9개로 증가했다.
대기업, 금융사가 참여하는 민간 모펀드가 조성되는 등 민간의 벤처투자 시장 참여, 코스닥 시장 상장 규모와 거래량이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의 코스닥 상장이 쉬워지는 등 중소·벤처기업 자본시장 접근성이 개선됐다는 점도 정부·여당이 벤처붐 조성에 자신감을 표한 요인이다. 이날 전체회의에는 김진표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 국회의원 및 민간국가경제자문위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김창규 KTB네트워크 최고기술경영자(CIO),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송기영 수아랩 대표, 이경희 전국은행연합회 상무,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박사, 김호빈 카부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김진표 의장은 “대기업 위주 안정추구형 경영으로 인해 성장 잠재력이 저하되고 있는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중소·벤처기업 육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시스템 혁신이 필수”라면서 “융자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금융이 혁신되고 모험자본 투자가 용이한 시장 구조가 형성되면 내년에는 2000년대 초반에 경험한 벤처 열풍과 같은 제2 벤처 붐이 조성될 것이고, 우리 경제에 20개 이상 유니콘 기업이 출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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