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계산업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그간 성과를 조명하는 '2019 기계의 날'이 6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렸다. 행사는 한국기계산업진흥회·한국기계기술단체총연합회·한국기계연구원·한국생산기술연구원·한국항공우주연구원·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했다.
이 자리에 모인 기계산업 산·학·연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반기계 수출 500억달러 돌파를 다짐했다. 또 소재·부품·장비 산업 핵심을 차지하는 기계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끈질기게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고급 인력도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해 역대 최대 수출…올해도 수출 500억달러 노린다
기계의 날은 우리나라 기계 수출이 이익을 내지 못했던 2002년 처음 시작했다. 2002년은 우리나라 기계산업이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무역흑자를 내지 못했던 시기다. 그러다 2004년 처음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일반기계 무역수지가 238억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일반기계 산업 수출도 2003년 100억달러, 2005년 200억달러, 2007년 300억달러, 2011년 수출 400억달러, 지난해 500억달러를 돌파하며 꾸준히 성장했다.
올해에도 수출 500억달러 돌파가 유력하다. 올해 상반기 일반기계 수출은 264억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우리나라 주력품목 수출이 부진을 겪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특히 우리나라 기계산업이 특정기업에 편중되지 않고 중소·중견기업이 모여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남호 산업부 제조산업정책관은 “우리나라 기계 품목을 살펴보면 MTI 기준 2300개”라며 “자동차나 반도체는 큰 기업이 수출을 주도하지만 기계 수출은 여기 모이신 기업 하나하나가 모여서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부품 여전히 외산 의존도 높아
이날 행사에서는 우리나라 기계산업이 가진 취약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 '제조장비·부품산업 발전방안 토론회'도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여전히 취약한 기계 핵심부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이 제시됐다.
우리나라 기계산업은 꾸준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핵심부품 일본 수입의존도는 최근 도마에 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관계부처가 지난 8월 합동으로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 주요 업종별 경쟁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계 분야 자체 조달률은 61%다. 반도체(27%), 디스플레이(45%)보다 자체 조달률이 높지만 핵심 부품은 여전히 일본산에 의존한다. 주요 해외의존 부품은 정밀제어장비, 터빈, 정밀제어모터, 공작기계용 수치제어장치(CNC) 등 기계산업에서 빠져서는 안 될 핵심 구성요소다.
이주현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기업지원본부장은 “일본은 오랫동안 기술을 축적하면서 전문화 된 영역을 구축했고 시장 크기가 작지만 특화된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우리나라는 범용 제품 위주로 큰 시장에 집중했다. 이런 차이가 일본이 경제보복을 하는 단초가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우리나라 일반기계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가 확대됐지만 일반과 무역수지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기계연구원이 한국무역협회 국가·품목별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일무역적자는 2017년 46억4000만달러, 2016년 43억달러, 2015년 45억7000만달러로 꾸준히 적자를 기록했다.
최병익 한국기계연구원 제조장비연구소장은 “일반기계 무역수지는 2005년 흑자 전환 이후 꾸준히 성장했지만 대일 무역적자는 50억달러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기관·기업 협력으로 국제경쟁력 갖춘 국산 기술 개발 필요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우리나라 일반기계 산업 '아킬레스 건'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우선 CNC 등 핵심부품을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개발해야 한다.
배종면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대기업에서는 정부가 개발한 소·부·장 기술을 쓸지 일본 제품으로 넘어갈지 고민할 것”이라면서 “중소·중견기업도 국내에서만 팔면 절대 버티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산 기술을 개발할 산학 연계 인력 양성도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철 경북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기초 연구 분야에서 양성된 (기계산업) 개발인력은 중소기업에 가기 꺼려한다”며 “지역 산업단지 주변 대학을 중심으로 산학이 연계한 기계 소재·부품 고급인력 양성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종석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은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최근 젊은 인력의 사고가 기존과 많이 다르다”며 “젊은 인력은 기계산업에 대해 고리타분한 산업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기계산업 성공모델을 알리고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정부와 기업, 기관이 협력해 장기적으로 R&D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원장은 “소재·부품 R&D는 장기간 추진해야 효과가 크다”며 “정부 R&D만 추진해서는 안 되고 관련 규제를 풀어주고 세제 혜택도 병행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형기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부회장은 “올해 기계산업계 화두는 수출 500억달러 연속 돌파와 소·부·장 원천기술 국산화”라며 “산학연과 거버넌스 조화와 협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끈질긴 연구자를 존경하고 신뢰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