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 등 창업 관련 기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 스타트업 시장 거품에 따른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계 주요 자금이 국내 스타트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10일 최근 중국 시장을 방문한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과거 외자기업에 보수적이던 중국계 투자기업이 속속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디랩벤처스 등과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중국 다롄시를 방문한 10개 한국 스타트업 가운데 멤브레어와 노드톡스는 다롄시 방송국과 약 30분간의 인터뷰를 가졌다. 다른 스타트업도 중국계 투자회사, 협력기업과 다양한 업무 제휴를 논의하는 등 활발한 교류를 이어갔다.
최근 베이징 중관춘을 방문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관춘이나 선전 지역을 방문할 당시만 해도 우리 기업보다는 중국 현지기업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이제 한국 스타트업이라면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단순 교류보다는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행사에 참석한 중국 다롄시 투자기관 관계자는 “중국에 비해 한국은 시장이 협소하지만 중국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장위 중국 다롄시 창신창업창투서비스센터장도 “그간 세미나가 열린 이후 성과로 이어진 사례가 많지 않다”면서 “프로젝트에 참가한 외국기업이 다롄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와 장기적 합작 교류를 위한 기초를 닦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이처럼 실질적 교류 확대에 관심을 보이는 주된 이유를 최근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중국 스타트업 거품 논란에서 찾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서는 “중국의 스타트업 열기가 식고 있다”면서 중국 벤처캐피털 투자가 급격하게 쪼그라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중국 스타트업이 올 2분기 투자받은 금액은 94억달러(약 11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413억달러)의 5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중국 스타트업에 나스닥 등 미국 시장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부풀려진 몸값에 대한 실망이 이어지면서 중국에서도 다른 대책을 찾기 시작한 단계로 보고 있다”면서 “중국 시장 진출을 원하는 우리 스타트업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국내 스타트업 지원 기관들은 중국 정부와 민간 분야 등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창업진흥원은 지난 7일 중국 상하이 기반 액셀러레이터인 차이나액셀러레이터를 초청해 국내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도 지난 9월 한국 중소벤처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상하이 중소기업진흥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중국 정부 차원의 외자기업 추가 개방 확대 방침과 지속적인 창업 정책은 우리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 정부는 자유무역시험구라는 정책을 도입해 다양한 개방·혁신 시범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은 언제나 매력적인 시장인 만큼 반드시 중국계 자금을 유치하지 않더라도 판로 확보 측면에서 중국과의 교류 확대는 긍정적”이라면서 “중국을 비롯한 해외 각국에 대한 지원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