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업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충전 잔량(SOC) 제한이 70%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한 손실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연장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가 지난 6월 ESS 화재 원인 및 안전대책 발표 이후에도 사고 5건이 추가로 발생하자 '화재 근절'을 위한 초강력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ESS 안전대책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고 ESS SOC 제한을 70%로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ESS 화재는 2017년 8월 전북 고창 사고 이후 총 28건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월 화재 원인 및 안전 대책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화재 5건이 잇따르자 더 강도 높은 안전 조치 마련하기 위해 업계·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대책위원회를 꾸렸다. 국내 ESS 대표 제조사인 삼성SDI와 LG화학도 화재 확산 방지 제품 설치 완료 시점까지 SOC 70% 제한 조치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지난달 초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ESS 사업장에 SOC 조건을 70%로 한시 제한할 것을 긴급 요청했다. 삼성SDI도 지난달 말 김해 태양광연계용 ESS 화재 이후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SOC를 70%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향후에는 기존 제품은 물론 신규로 생산·판매되는 ESS 모두 SOC가 70%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으로, 화재 확산방지 시스템 적용 완료를 전제로 한 반영구 조치에 해당한다.
관건은 '손실 보전' 방안이다. ESS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피크 시간대에 미리 생산한 전력을 저장했다가 이외 시간에 방전하는 방식으로 '전기판매'와 'REC 가중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그런데 ESS SOC를 70%로 제한하면 나머지 30% 가동 정지는 오롯이 사업장 손실로 전가될 공산이 크다. 30%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발전사들은 “아무 대책 없이 ESS 운전을 제한하는 건 100만원짜리 물건을 구입하고도 70만원어치만 쓰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ESS 산업 생태계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 조치로 인해 연간 수십억~수백억원 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대책위원회도 이 같은 반발을 우려, REC 가중치 적용을 추가 연장하는 내용을 유력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산업부는 화재사고 이후 ESS 설치 중단 기간을 고려해 올해로 종료되는 REC 가중치 적용을 내년 6월까지 한 차례 연장한 바 있다. 당시 태양광 연계 ESS는 REC 5.0 가중치를 적용하고 풍력 연계 ESS는 REC 4.5 가중치를 부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ESS 화재사고 예방을 위해 다양한 안전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지난 6월 이후 발생한 화재사고 원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안전대책을 확정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