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술은 결국 '소재 전쟁'이다. 소재에서 혁신이 이뤄져야 부품과 완제품까지 차세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글로벌 소재테크페어' 강연에 나선 글로벌 기업들은 소재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소재는 완제품의 근간이 되는 만큼 신소재가 뒷받침돼야 4차 산업혁명과 같은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성웅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부사장은 “반도체 산업에서 극자외선(EUV)은 멀티패터닝 공정을 싱글패터닝으로 단순화할 수 있기 때문에 EUV 공정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고감도 포토레지스트(PR)”라고 강조했다. 정 부사장은 “소재 발전이 없으면 반도체도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반도체는 더 작은 공간에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반도체는 그동안 회로를 미세화하거나 반도체를 겹겹이 쌓는 식의 구조 변화로 속도와 용량 등을 늘려 왔다. 그러나 선폭이 워낙 작아지면서 기존 회로에 쓰이는 구리 소재로는 한계가 있었다.
정 부사장은 “구리 대신 몰리브덴, 루테늄과 같은 소재가 새롭게 연구되고 있다”면서 “소재가 있어야 인공지능(AI) 반도체도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전기자동차 분야에서도 신소재 개발 및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한 번 충전으로 더 오래 주행할 수 있고, 장기간 탈 수 있는 내구성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승은 한국솔베이 연구소장은 “자동차는 전자제품과 달리 최소 10년 이상 운행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긴 수명은 물론 극한 환경에도 견딜 수 있는 배터리와 소재가 필수”라면서 “솔베이는 전고체전지 개발과 재활용할 수 있는 그린타이어 소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7월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소재는 물론 부품·장비까지 아우르는 기술 자립에 대한 필요성과 의지가 커졌다. 그러나 소재는 장시간 개발은 물론 지속 투자를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고객과 시장 중심 전략'을 강조했다.
도미니크 양 바스프 전자재료사업부 사장은 “소재는 바다에서 가장 작은 고기”라면서 “밸류체인 가장 앞단에 있기 때문에 미래에 어떤 재료가 필요한 지 항상 소비자를 살피고 고객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장 변화, 수요처 니즈를 매일매일 점검해서 대응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스프는 연매출 70조원이 넘는 세계 최대 화학 소재 업체다.
솔베이도 '고객'을 강조했다. 이승은 한국솔베이 연구소장은 “솔베이는 △인구 변동과 소비자 형태 △혁신 가속화 △자원 고갈과 지속 가능성 요구를 3대 메가트렌드로 분석하고 이를 중심으로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소재는 장기 개발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글로벌 소재테크페어는 '소재 르네상스-제조업 혁신성장의 출발점'을 주제로 국내외 7개 기업 전문가들이 기술 개발 동향과 미래를 전망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과 전자신문이 공동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