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장 등에서 태양광발전으로 자체 조달하는 전기사용량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계가 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해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기를 일부 자체 생산하고 있지만 규모가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것이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산업계에서 태양광 자가 발전으로 사용하는 전력량이 집계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주택용 태양광도 상황은 비슷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량을 토대로 자가 발전량을 '예측'할 수밖에 없다”면서 “전력거래소에서 500가구 대상으로 자가 발전량을 실증, 발전량을 전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별도로 태양광 자가 설비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보급에 주력했다. 그 결과 태양광 설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공장 지붕 등 유휴 부지에 태양광 설비를 구축, 전기를 직접 생산·소비하는 기업도 크게 늘었다. 신성이엔지의 경우 용인공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40%를 자가 발전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가 산업계 태양광 발전량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서 부작용도 드러났다. 지난 12일 한전의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올해 9월 산업용 전기 판매량은 2만3469GWh로 전년 대비 2.7% 줄었다. 4월 -0.8%를 기록한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경기 부진 탓에 산업용 전기 판매가 줄었다는 해석이 이어졌다. 제조업 경영이 악화돼 공장 가동이 줄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한전의 산업용 전기 판매량에는 기업이 태양광 발전으로 자체 조달한 전력은 포함되지 않는다. 예컨대 한 달에 1000㎾h 전기를 사용하는 공장이 지붕형 태양광 설치로 500㎾h를 자체 조달하더라도 전기 사용량은 50% 줄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부정확한 전력 수요 예측으로 '재생에너지 3020 정책' 목표 달성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만 사용하는 RE100 선언 기업이 늘수록 전력 수요 예측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로선 기업이 태양광 자가 발전량을 정부에 직접 제공하는 방법이 유일한 대안이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은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 확대에 따른 혜택이 미미하고 △제도로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동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기업이 자체 조달하는 전기 사용량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전혀 없다”면서 “정부와 협의해 스마트계량기(AMI)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